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텀 Aug 03. 2023

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

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 중 어느게 더 나은 방식인지에 대한 논쟁은 늘 존재해왔으며 아직도 투자자들이 흔히 논하는 주제들 중 하나입니다. 제가 쓰는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마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투자에 정답은 없습니다. 늘 뻔하고 진부한 대답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주제가 제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에 대한 이야기, 각각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저의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집중 투자


집중 투자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워렌 버핏입니다. 워렌 버핏은 "분산 투자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분산투자는 무지에 대한 방어일 뿐이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워렌 버핏의 동업자이자 집중 투자에 있어서는 워렌 버핏보다도 더욱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는 찰리 멍거 역시 "분산 투자는 평범한 결과를 야기하며 훌륭한 성과를 막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피터 린치가 '다각화'를 '다악화'라고 표현했다는 일화 역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피터 린치가 말한 '다악화'는 기업이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을 넘어서 잘 모르는 사업에까지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였는데, 지금은 그런 개념보다는 투자에서 잘못된 분산 투자에 대한 비판으로 종종 이야기됩니다.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는 실제로 집중 투자를 실천해왔습니다. 워렌 버핏의 경우 다양한 주식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위 소수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찰리 멍거의 경우 4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으며 웰스 파고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무려 포트폴리오의 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두 투자 대가는 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무지에 대한 방어가 아닌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무지의 상태를 벗어나야하며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오랜 시간 공부하고 팔로우하며 깊은 이해를 쌓아올린 상태에서 집중 투자를 진행해야합니다. 만일 무지의 상태에서 집중 투자를 한다면, 두 투자자는 이 투자가 분산 투자보다 열등한 방식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만일 투자하고자하는 기업들에 대하여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각 기업들의 기대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 역시 계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당연하게도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과 기대수익률이 낮은 기업에 함께 투자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런 행위는 단순히 수익률을 떨어트리는 행위일 뿐입니다. 즉,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집중 투자 방식으로 훌륭한 성과를 올린 투자자는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주식에 집중 투자해서 떼돈을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은 당연하게도 분산 투자보다는 집중 투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이야기는 집중 투자에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꼭 하나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로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 완전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투자는 근본적으로 내가 맞고 상대가 틀려야하는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이 틀렸고 내가 맞으며, 이 하나의 기업에 모든걸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생각에 확신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 정도의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공부를 해야 적당한걸까요? 설령 많은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주식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들보다 기업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보다 기업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관투자자 역시 여러가지 제약을 가지고 있기에 개인투자자가 여러 요소들을 종합했을 때 하나의 기업에 대해서만큼은 더 깊은 이해를 가지는 것 역시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집중 투자에 대한 선호가 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높은 수익률에서 온다는 점입니다. 좋은 기업을 여럿 찾아서 투자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걸리며, 기대수익률도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투자한 분산된 종목들이 같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분산 투자는 대부분 제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긴 기간에 꾸준한 수익률을 누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그렇게 해서 언제 부자가 되냐'는 태클이 들어옵니다. 집중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게 아니면 월급으로 푼 돈 모아 분산 투자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합니다. 첫째, 투자는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를 천천히 증식시켜나가며 지키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합니다. 부자가 되기위한 투자는 당연하게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게 되고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런 방식의 투자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많을지, 투자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람이 많을지는 뻔한 결과입니다. 본인이 여기서 성공하는 소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 망상에 가깝습니다. 집중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존 편향이 작용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둘째, 높은 수익률은 집중 투자의 '결과'이지 '동기'가 될 수 없습니다. 집중 투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투자하고자 하는 여러 기업 후보군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그 중 가장 기대수익률과 확률이 높은 기업을 고를 수 있을 때 진행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분산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집중 투자의 동기가 되는 것은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접근입니다.


분산 투자


아즈워스 다모다란은 집중 투자에 반대하며 분산 투자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집중 투자가 '오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본인이 고른 소수의 종목에 대해 모두 완벽한 밸류에이션을 했으며, 시장이 그 밸류에이션을 맞춰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시장은 투자자들이 집중 투자를 하던 분산 투자를 하던 전혀 그 사실에 관심이 없으며 단순히 집중 투자를 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가 말하는 집중 투자와는 상반된 전략인 분산 투자가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 중심에는 같은 철학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가 기업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 집중 투자가 맞다고 말한 것은 '무지'를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만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즈워스 다모다란이 말하는 것 역시 실질적으로 같은 이야기이지만, 투자자들이 본인이 '무지'를 인정하고 분산 투자를 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입니다. 결국 이 두 개의 상반되어 보이는 진영은 사실상 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에 대하여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분산 투자는 무지에 대한 방어일 뿐이라는 워렌 버핏의 말은 진실로 다가옵니다. 투자자들은 이 격언에 대해서 자신들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무지한 투자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곧 분산 투자가 맞는지 집중 투자가 맞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줄 수 있습니다. 본인이 현재 투자하고 있는 기업과 산업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투자를 완벽히 이해하고 실행한다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집중 투자가 더 맞는 방식일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러한 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쁜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은 결정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전형적인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쪽의 투자자입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의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결정한 투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가집니다. 저는 가치평가를 진행할 때 정확성보다는 보수성을 추구합니다. 제가 평가하는 기업과 산업에 대해서 완전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어리석은 행동이 뿐입니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면 누가 의도적으로 나쁜 예측을 하려고 할까요? 저는 저 스스로의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에 의도적인 보수성을 택합니다. 이러한 의심과 보수적인 선택이 모두 모였을때도 투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만 매수라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투자자에게 집중 투자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하게도 다수의 종목으로 분산하는 방식을 통해 또 다시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투자가 분산 투자보다는 집중 투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8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위 3개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55%를 차지합니다(종목 구성은 매 분기 투자 서한에서 투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집중 투자라고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명확히 밝히고 싶은 것은 이 구성이 의도적이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제가 지속적으로 트래킹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종목에 투자를 분산하고 싶습니다. 다만, 단순히 분산 투자를 위한 분산 투자는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현재 제가 집중 투자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분산할 수 있는 종목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밝혔듯이 올해 새롭게 투자하기로 결심한 기업은 어느새 올해가 반이 넘어간 이 시점에서도 단 하나에 불과합니다. 분산 투자를 하기 위해서 제가 투자할만하다고 판단이 서지 않는 기업에 투자할 생각은 단호히 없습니다.


집중 투자와 분산 투자는 오래된 논제이지만 그만큼 중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자 방법론에 대한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려운 것과 달리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은 본인의 능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타당한 수준의 답을 내놓을 수는 있습니다. 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 중 어느 것이 옳은가에 대한 제 대답은 저에게는 명백히 분산 투자가 옳은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긴 기간 동안 꾸준히 투자하면서 이 생각이 바뀔수도 있지만, 워렌 버핏의 말대로 무지한 투자자인 저에겐 분산 투자라는 방어가 꼭 필요합니다. 워렌 버핏을 존경하기에 그와 다른 투자 방식을 택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즐겁습니다.


7/29/2023

Value Investor's Sanctum

작가의 이전글 운과 실력의 경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