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녀와 춤을 Dec 14. 2020

부모님이 안 계셔서 남친과 헤어져 속상해요

그녀가 내게 물었다

온라인 모임을 하고 한 명 두 명 zoom 화면에서 나가는 중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잠시 얘기하고 싶어요


20대 후반인 그녀. 톡톡 튀고 발랄한 그녀가 마음을 열며 다가왔다. 

계시다면 엄마 나이 뻘이고 인생을 좀 산 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녀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와 지내며 잘 성장해 자신의 길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남자 친구를 사귀고 결혼 이야기할 만큼 진지한 단계가 되면 상대방은 부모님이 안계신 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결국엔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축하해요



사람은 모두 혼자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이 땅을 떠난다. 


그게 어디 부모님 뿐이랴.  세상 모두는 마지막이라는 시간을 가진 존재들이다. 

확정되었지만 각자의 시기를 알 수 없을 뿐이다. 

약간 길고 짧음의 차이다.


그걸 이해 못한다고?  


그런 상황이 더 중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후순위로 미룬다고?  


사랑 아니다 그건. 



살아보니 여자 남자가 만나 맞춰 사는 동안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포도송이 같은 어려움들이 알알이 대기하고 있었다.   

원팀되어 그걸 잘 이겨내느냐에 집중하며 이뤄가기에도 때론 힘든 결혼생활이다. 



부부 세미나의 리더로 활동하는 내가 만나는 분들의 대다수(나의 경험에는)가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남자들로 인해 일어나는 부부 갈등이다. 



결혼 전에 이렇게 부모의 반대를 (다른 이유도 아니고 부모가 안 계신다는 이유로) 이겨내지 못하는 남자는 결혼하면 더 심각해 질 수 있음이 그려지지 않을까? 




다행이야



나는 그녀에게 똑똑히 말했다. 다행이야 라고. 

그런 남자 친구와 인연이 안된게 너무 다행이라고. 


그건 핑계일 뿐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지, 자신이 얼마나 부모의 치마폭에 쌓여있어 성인이 되었음에도 분리되고 있지 않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다행이다. 

그녀가 그런 남자 친구를 포기해주어서. 


다행이다.

그 남자 친구가 그녀의 남편으로 예식장에 들어가 주지 않아서. 




결혼은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힘든 세상. 그러나 같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인생을 그려가자는 약속이고 시작이다. 


그 근간은 그런 마음을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신뢰'에서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틈이 있어도 뜨거운 사랑으로 눈 덮인 시간이 지나면 그 틈이 크레바스가 될 수 있는게 부부다.  



아직 가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상처를 주고 신뢰의 라인을 흔드는 그런 남자 친구가 이토록 사랑스럽고 기특한 그녀와 인연이 안되어 너무 다행이다. 


그러나 노파심이라면 그 남자의 부모님이 걱정하는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에 대한 무엇을 말하는지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게 별거 아니라면 이역시 그 남친의 문제가 확실한 명분이 될 테니 말이다. 





이적이라는 가수의 '다행이다'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그 가사를 들으면 인연의 소중함,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의  설렘과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연애시절 그 가사가 뜨겁게 다가오지만 나처럼 시간이 무르익은 부부에게 오히려 더 떨림으로 다가온다. 

시간의 나이테 속에서 부부만이 견디고 이겨온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지키고 사랑하겠다는 스스로와 상대에 대한 마음이 바로서야 한다. 그게 신뢰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결론적으로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것이고 정말 사랑한다면 '더' 사랑했어야 했다.  

그녀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잘 끝낸 것이다.  


사랑은 존재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선물 받는다. 아래 가사처럼.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매거진의 이전글 중년을 지나고 있는 시점 정리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