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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비스 박혜형 Mar 23. 2021

아이는 나의역할 인연


“엄마, 왜 2장을 풀어야 하는 거예요?”

“엄마가 생각할 때는 하루에 2장 정도 매일 하면 연습도 되고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양이지 않을까?”


아이에게 매일 수셈 책 2장을 풀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매일 2장 정도 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일이죠. 사실 그전에 아이가 수학에 관심도 보이고 곧잘 문제를 잘 풀기에 1주일 분량을 하루에 다 하도록 한 적이 있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일 때문에 아이를 시댁에 맞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수학 문제집을 주고 너무 놀지만 말고 공부도 좀 하고 왔으면 하는 저의 욕심이기도 했지요.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아이가 해야 될 분량을 잘하기에 계속 1주일 분량을 하루에 다 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갔고, 이날 역시 아이에게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집에 와서 아이가 울먹거리며 “엄마 뒤에 있는 정답지를 잘라주세요.” 하면서 그 간 있었던 자신이 잘못한 것을 반성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책 뒤쪽에 있는 답안지를 보고 베끼고 있던 것을 들켰다고 했습니다. 저에겐 너무 충격적인 사실이었죠. 이제까지 아이가 혼자서 수학 문제집을 너무 잘 풀고 있었기에 아이가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답을 베꼈다니~~~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대답에 저는 또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 왜 뒤에 정답을 봤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 잘하고 싶어서요.” 아이가 울면서 잘하고 싶다는 대답에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모습이 아이한테 비춰보였습니다.

아~~ 그래 나도 항상 잘하고 싶어 했지..... 틀리면 안 되고, 항상 완벽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했던 제가 보였습니다. 아이를 붙잡고 설명했습니다.

“틀려도 괜찮아, 모든 문제를 다 맞아야 하는 건 아냐. 엄마는 쭈니가 문제를 다 맞히는 것보다 틀려도 하나씩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멋져. 틀려도 괜찮으니깐 다음부터는 꼭 문제를 혼자 힘으로 풀려고 노력하자.” 그렇게 해서 아이에게 하루에 2장씩 풀도록 숙제를 내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에게 숙제 낸 방식을 생각 해 보니, 처음 수학 문제집 1권은 쉽다 보니 아이가 많은 양을 금방 할 수 있었지만 단계가 높아지면서 어려워졌던 것이었는데, 저는 아이가 곧잘 잘한다고 생각해서 똑같은 양을 풀게 했었고, 아이는 급기야 답안지를 보는 행위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한테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이죠. 문제의 수준과 난이도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 저의 불찰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 스스로 답안지를 보는 유혹에서 벋어 나기 위해 답안지를 잘라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이날 이 사건으로 저는 저 자신을 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저에겐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제가 가진 고정 마인드셋이 아이에게도 어느덧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문득문득 아이의 모습에서 저를 발견할 때마다 아이가 저의 이런저런 모습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같이 마음공부를 하는 도반님 한 분이 역할 인연에 대한 글을 공유해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역할 인연이란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특정한 역할을 행하기 위해 만나는 인연   
   

지금껏 살아오면서 저는 감사하게도 역할 인연이 도처에 계셨습니다.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지 않은 인연들이 나의 시절 인연들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저는 저에게 가장 큰 역할 인연이 바로 저의 아들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실 저 개인의 삶은 혼돈이었습니다. 출산, 반복된 유산, 육아로 많은 여러 가지 제약들이 생기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힘듦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통해 저 자신을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하나의 시스템이라 저에게 아이를 양육하면서 갖게 되는 많은 경험들이 저에게 영향을 미치고 아이 또한 저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게 되는 사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는 의문이 많고 질문이 많습니다.

가끔은 질문이 너무 많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도 망설이게 되고, 아이가 물어보는 것에 포털 지식인을 찾아가며 대답을 해 주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참 많은 걸 제대로 정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데, 아이가 가지고 온 책은 <특별한 날>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아기가 태어나서 백일, 돌, 성인식, 환갑, 죽음, 제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특별한 날에 대한 의미와 의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엄마, 돌아가시는 게 뭐예요?” 아이가 물었습니다.

“음... 이 세상에 살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는 거야.” 내가 대답했습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뭐 하는 거예요?, 하늘나라 가면 좋은 거예요?”

“응~~ 하늘나라에 가면 좀 더 자유롭게 있는 거야.”

아직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 건지 저 또한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은 곧 제가 삶에서 본질적으로 봐야 되는 질문들이 꽤 여럿 있습니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하나하나 대답을 해 보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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