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스트셀러 <90년대생이 온다>의 90년생이다. 책을 통해 90년대생의 특징을 요약해보자면 쿨한 걸 좋아하고, 공시족이 많고 솔직하고 간단하다? 과연 그럴까. 주변 90년생들은 쿨하지 않고 공시족도(많았지만 몇 년 하다가 포기한 경우도 있고 된 경우도 있고) 있긴 있고 솔직한 애도 있고 아닌 애도 있고 무. 엇. 보. 다. 도. 전혀 간단하지 않다. '복세편살'이란 말을 머리에 붙이고 살 정도로 복잡한 세상을 편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기생충의 다송 엄마처럼 '쏘 씸플' 하게 살지 않는다. 왜냐? 90년대생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담론 중 하나 더, MZ 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살아가고 현재에 FLEX 하게 소비를 한다고 분석을 하는데 그런 90년대생 중에 공시족이 많다? 뭔가 모순적이지 않나. 공시를 많이 준비하는 이유는 불안한 미래 때문 아닌가. 우리도 미래가 불안한 우주 속의 먼지에 준한 인간에 불과하다. 도전을 하다가 실패를 해서 공시를 치는 사람도 있고 나랏일을 하고 싶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큰 꿈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공시족이 된 이유를 하나로 퉁치기엔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그리고 공시족이 공무원이 되었다고 그들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이 없어졌을까. 꿈은 거창한 게 아니다. 저마다의 꿈, 행복을 이루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제일 평범하고 그 평범한 일을 못하는 사람도 세상에 너무나도 많은 게 불안한 현실 아닌가. 공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게 제일 합리적이어서, 제일 공정해서 아닌가. 여타 시험에서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지만 점수로 딱 잘라서 내 노력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험, 얼마나 공정한가.
90년대생만 공정성을 중시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라면 공정성을 중시한다. 불공정한 사회를 누가 좋아하겠나. 90년대생 중에는 사회정의를 부르짖지 않는 사람도 많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이지 90년대생이라고 특별히 그런 건 아니란 말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공론의 장이 활성화된 것이지 특별히 남달라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단 말이다. 아무래도 모바일에 대한 접근성이 5060에 비해 102030이 높은 건 사실이고 기기를 쉽게 다루는 것도 사실이니 그들의 공간에서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같고 모바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기사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보니 MZ세대를 '당돌한 불편러'로 묘사하게 된 것 아닌가. 취업이 너무나도 힘든 세상이라서 불만이 많아지는 건 인간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러다 보면 노력을 존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이들이 많아진 게 현실 같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90년대생이 톡톡 튀는 불만 분자는 아니란 말이다.(소심한 90년러가 얼마나 많은데요!!!) 친구 한 명이 우스갯소리로 MZ세대로 묶이는 게 싫다고 했다. 자기가 보기엔 M세대와 Z세대는 엄연히 다른데 왜 MZ세대로 묶어서 마치 문제 있는 세대처럼 몰고 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세대갈등' 은 구석기시대 때부터 있어왔을 것이다. 서로 자란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하지만 그 세대 안에서 또 자라난 환경, 배경이 다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성숙도, 개성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MZ세대가 유독 소확행에 관심이 많고 지구 살리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지금 탄소중립 운운하며 모두가 지구 살리기에 관심 있는 거 아닌가. 유독 MZ세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사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자극적인 섬네일을 만들어내는 사이버 레카 같단 생각이 든다. 솔직히 저는 지구를 사랑하긴 하지만 용기 내 챌린지를 한다거나 플로깅을 한 적은 없음을 고백합니다. 아, 텀블러는 쓰고 있습니다만 지구 살리기 운동이 활발해지고나서부터 쓴 건 아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즈음, 아령 텀블러가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던 걸 돌이켜보면 텀블러 사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행해졌던 것이고 다만, 스타벅스 등의 기업이 종이 빨대를 쓰기 시작하고 지구사랑 이벤트 등을 시행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 커진 게 아닐까요? 사회 분위기 형성의 힘이 큰 탓이지 90년대생이 남달라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단적인 예를 지구 살리기로만 들었지만 그 외에도 많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건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워로밸이란 말도 생겼던데 워로밸은 밈과는 달리 외부에서 만들어낸 프레임에 갇힌 용어 아닌가요.
NCT U의 노래 중에는 90's Love라는 노래도 있다.(NCT 팬이에요. 저의 최애 노래이죠.)
1990's (how we do it)
영원한 것들이 있대 (they say)
우린 쿨한 걸 좋아해 (our way)
자 누가누가 핫 하대? (Boy)
너도 느껴지지 (how we do it)
이 분위기는 올드 스쿨 vibe (that vibe)
따라 부르는 kids on the block (on the block)
골목을 흔든 boombox, 소리 질러
본 적 없는 시간의 의미
오렌지빛 압구정을 걸어
너도 느낀다면 come and find me
이 세계는 또 움직이고 있어
꺼내 꺼내 봐
꺼내 봐 꺼내 봐 it's fun
여기 너와 나
너와 나만의 스타일로 (맘껏 으스대 보자 like the 90's)
과연 우리는 쿨한 것을 좋아할까. 저는 영원한 걸 좋아하고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란 예능 프로보다 New Kids On The Block의 'Step By Step'를 먼저 접한 90년생입니다. 예술적인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렌지빛 압구정을 거닐던 90년대 초의 오렌지족들도 보보스족처럼 과소비를 한다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죠. 그러고 보면 세대론도 유행처럼 반복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과소비가 FLEX라는 단어로 둔갑한 것뿐, NCT 노래처럼 90년대 초 2030과 90년에 태어난 이들이 2030이 되고 나서의 행태가 유사하잖아요. 물론 조금씩 다른 것 있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M세대 다르고 Z세대 다르고 세분화된 이들이 더 다르단 말입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라테 라테는 말이야' 하는 '꼰대 라뗴' 란 노래도 유행하고 있지만 '꼰'대라고 불리는 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우리는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꼰대라고 일컫는 것 자체가 서글픈 세상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