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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Sep 01. 2021

나는 몰랐던 이야기,  탈영병 잡는 군인 <D.P.>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 탈영병을 잡는 군인들 이야기

예고편만 본 나의 D.P. 감상은 이렇다. <인간 수업>보다는 덜 강했지만 왠지 폭력적일 것만 같았던 이야기. 솔직히 말하자면 밀리터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꾸역꾸역 보았고 천만 영화라는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저 그랬고 <풀 메탈 재킷>은 끊어서 보느라 명작이라고 평가받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마저 흐릿하다. 이렇게 밀리터리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예고편만으로 폭력적인데 군대 이야기라니 하는 생각에 보기를 주저했다. 그런데 넷플릭스 공개 이후, 순위권에 있길래 1편만 봐야지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서 단숨에 6화까지 정주행 했다.



D.P. 는 구성적으로 뛰어난 버디 무비다. 웹툰을 끝까지 보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웹툰의 때깔과는 다른 느낌이 났다. 1화부터 6화 전체를 지배하는 군대의 폭력적인 분위기가 암울하지만 그 암울함을 덜어주는 건 구교환의 캐릭터였다. 능글능글 맞지만 낄끼빠빠가 잘 되고, 지나치게 정의롭지도 않고 지나치게 타협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캐릭터. 반대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조석봉 일병(조현철)이 살기 있는 악마로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참혹한 군대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중간에는 정해인이 있다. 정해인이야말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수사에 있어 감이 뛰어나고 스모킹건을 찾아내는 약간의 천재기를 겸비한 인물. <종이의 집>으로 따지자면 수더분한 교수의 순한 버전 아닐까 싶다. 세 캐릭터 못지않게 D.P. 에서 두목 격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김성균이다. 손석구와의 기싸움하는 대목을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연기로 핍진성 있게 권력 다툼을 보여준다.



1화에서 자신이 빌려준 라이터로 자살한 탈영병 사건 이후 충격받은 정해인은 6화에서 한 번 더 납골당에 간다. 5,6화의 조석봉 일병 일화 이전에 등장하는 4화의 몬티홀 딜레마의 결론은 인간적이었다. 실제 현실에서는 탈영병을 데리고 가야 하는 D.P. 가 "흘리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놓아줄 수는 없겠지만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결론이었다. 철거될 집에 있는 할머니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위해 손주는 대학을 갔다가 대학을 포기하고 군대에서 탈영한다. 요양 병원비를 구하고 나서 그가 군대에 자발적으로 복귀할 확률은 반반이 아니라 100퍼센트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의 탈영은 그의 사정으로 인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는 뭔가 마음이 짠해서 동했다. 6화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 일화였다. 매 화 캐릭터들이 뚜렷하고 구교환과 정해인의 케미가 촥촥 달라붙을 정도로 잘 맞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 했다.


2화의 탈영병의 탈영 이유는 군대 내의 가혹 행위 때문이었다. 3화의 탈영병의 탈영에는 이유가 없었다. 사랑 때문도 아니었고 괴롭힘 때문도 아니었다. 여자한테 공사 치며 살아가고 있던 과격한 남자로 묻지 마 범죄를 일으킬 것만 같은 인물이었다. 5화에서 6화로 이어지는 조석봉 일병의 이야기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군대 내의 폭력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군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었다. 왓 차피 디아의 D.P. 후기를 보면 군대 PTSD 온다는 후기도 있었다. 어찌 보면 모두가 묵인하면서 폭력을 당연하다고 여겨서 아직까지도 여전히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 아닐까.



남사친에게 들은 군대 이야기 중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어폰을 귀에 꽂아두고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맞추는 퀴즈를 내고 못 내면 뭐라 하는 상사가 있었단 이야기였다. 군대 내에서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일병인 내 남사친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맞출 때까지 그 노래를 들어서 그 노래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내 남사친 역시 PTSD의 일종을 앓고 있는 것 아닐까. 군대 내에서 유사행위를 겪은 사람들이 심히 걱정된다.


나는 몰랐던 이야기지만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는 D.P.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군대의 역사>가 좋은 방향으로 다시 쓰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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