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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Nov 24. 2021

아무개의 아무 생각

1. 아무개가 본 콘텐츠들

두 달 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듄>을 보았고 <프랜치 디스패치>를 보았고 <아네트>를 보았다. 셋 다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공통점은 난해하다는 것이었고 곱씹을수록 단내가 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두어 번 보지는 않았으며 한 번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감상평을 올릴 자신이 없었다. 영화 <테넷>을 보고 나서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느꼈다. <아네트>는 초반부에 라라 랜드의 질감이 느껴졌으나 포스터에 나온 우발적인 사고 이후로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고 느꼈으며 <듄>은 기승만 나온 채 여운을 남기고 듄 2 제작에 돌입해버렸다. <프랜치 디스패치>는 정신이 똘똘할 때 봐야 한다는 후기가 와닿을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눈에 담아두고 싶었던 화면들이 참 많았다. 말 그대로 잡지를 휘리릭 넘기는 기분이 들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과 <지옥>은 이미 진즉에 다 봤지만 남다른 리뷰를 못 쓸 것만 같아서 패스했다. <오징어 게임>은 2화에서 3화 넘어갈 때 루즈했고 <지옥>은 4,5화가 루즈했다. 루즈하지 아니할 수는 없었나. 아쉽다. 예능 잘 안 보는 내가 <돌싱글즈>에 빠져서 매일 일요일 11시 25분 즈음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트 시그널>과는 또 다른 느낌에 빠른 전개 덕분에 볼 맛이 난다.


2. 아무개의 수업들

아무개는 필라테스 기초반 수업을 4달째 듣고 있다. 요가는 꽤 숙달된 아무개는 필라테스에 도전했다. 거북목이 심한 관계로 거북목 교정을 받고 싶기도 했고 필라테스 붐에 합류하고 싶기도 했다. 필라테스는 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면 힘든 동작들이 많다. 자세를 유지하면서 숨 고르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기도 한 필라테스는 살 빼기 위한 운동은 아니다. 주 2회 필라테스를 하며 건강한 몸만들기를 하고 있지만 식단 조절에 실패해서 몸무게가 제자리에서 멈춰있는 중이다. 매일 체중계에 올라설 때마다 같은 몸무게에 좌절 중이다. 아무개는 글쓰기 수업을 끝냈다. 작품 하나를 내는 수업이었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내지 못했다. 사실 요 근래 두 달 정도 글 정체기이기도 했고 그냥 쓰기만 하면 잘 써지는 글은 '잘 쓰인 글' 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서는 막 쓰기가 싫었다.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한 채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지금도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언제쯤 정제된 글쓰기가 가능해질까. 내 글이 잘 읽히는 글이란 것 외에 장점이 뭐가 있을까. 글머리가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덧붙여 내가 용두사미라는 것마저 글에서 읽어내시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생각하는 대로 쓰지 말고 생각의 필터링을 거쳐서 글을 만지작거리라고 하셨다. 해보지 않은 과정이라서 몹시 두렵다.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과연 내가 정제된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써봐야 하는 거겠지? 언젠가부터 쓰고 싶은 게 뭔지 잊은 채 살아왔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장르와 방향성마저 길을 잃은 지 오래다. 난 전문작가도 아닌데 이걸 과연 슬럼프라 명명할 수 있을까. 잘 읽히는 글에서 더 나아가 예쁜 글을 쓰고 싶다. 나를 꿰뚫어 보는 선생님과의 수업이 끝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 허무해졌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허한 나의 삶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야겠다. 제일 좋은 건 좋은 글을 쓰는 건데 요 근래 읽은 인풋이 없다 보니 아웃풋을 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3. 아무개가 만난 아무개들

취재차 시각장애인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따뜻한 만남들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장애인 지도사 분과의 만남도 뜻깊었으며 사회복지학과 교수님도 인터뷰를 길게 길게 해 주셨다. 내가 나온 학교도 한 등산하는데 이번에 이 학교에 가서 제대로 된 등산을 하고 왔다. 친한 아무개들과 인생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우리 인생 이야기의 대부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20대 때 했던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고민들을 같이 나누며 어떠한 일상을 공유하고 아쉬워하고 흘려보냈다. 그렇다면 40대 때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살아갈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그러려니 모드를 장착하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것을 꺠닫고 더 마음을 편히 먹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겠지. 아무개의 일상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알람을 끄고 비비적거리다가 샤워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아무개를 보고 아무개를 듣고 아무개를 먹다가 눈이 스르르 감기면 잠이 드는 걸로 끝이 난다. 오늘도 일찍 자기는 글렀다. 아주 달달한 마카롱을 한입 베물고 쏘이 라테 한잔 하며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창밖을 들여다보고 싶은 하루의 끝. 아, 아무개는 머지않아 부케를 받을 예정이고 곧 운전을 시작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곧이라 함은 내년이겠지. 곧 결혼도 하게 되려나. 긁적긁적. 


덧,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는데 Someone Like You 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가 있었다. 그래서 네이버 음악검색도 해 보고 가사 검색을 해 봐도 그 노래가 나오질 않더라. 남자의 달달한 목소리였는데 누가 알면좀 알려주면 좋겠다. Eric Benet의 Trippin' 만큼이나 달달한 노래였거든. 그리고 하나 더, 아무개는 생각보다 아무개들의 브런치 좋아요에 심쿵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는 질감이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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