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부터 스토리까지 완벽한 웰메이드 드라마, 소년심판
평소 장르물을 즐겨보지 않는 나로서는 <소년심판>의 10화가 버거울 것만 같았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티저에 후킹 해서는 2화까지 보았으나, 3화부터는 계속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재 자체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 음악마저 장중하고 무서움을 배가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주행을 끝낸 동생이 후반부로 갈수록 따뜻해진다며 끝까지 볼 것을 권유했다. 그리하여 3화에서 일시 정지했던 나는 다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이틀 만에 정주행을 끝냈다. 다 보고 나니 여운이 짙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실화를 기반으로 각색했기 때문에 신문지상에서 오르내렸던 유명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년심판 실제 사건 중,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 벽돌 투척 살인 사건,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들이다. 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과 벽돌 투척 살인 사건에 등장인물들이 얽히면서 사건은 더욱 부각된다.
****************스포 주의*************
심은석 판사로 분하는 김혜수의 냉철하고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냉철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아픔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들을 벽돌 투척 살인 사건으로 잃어버린 것이다. 드라마 중반까지는 김혜수의 아픔이 드러나지 않다가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왜 김혜수가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등장한다. 반면, 김무열은 인간적이고 온화한 판사로 등장한다. 소년범이었던 과거에서 환골탈태하여 판사가 된 그는 누구보다도 소년범을 이해하는 인물로 나온다. 부장판사로 등장하는 이성민은 정계 진출 제의를 받고 정계에 입문하려는 찰나에 아들이 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에 얽히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만다. 이성민 이후로 또 다른 부장판사로 나오는 이정은은 소년범 사건은 속도전이라며 김혜수와는 다른 결의 냉철함을 보여주지만 얄밉기도 하다. 이정은은 김혜수가 아들을 잃은 사건인 벽돌 투척 살인 사건 담당 판사였다는 과거 전력이 있다. 네 명의 저마다 다른 판사를 주축으로 소년범들이 등장한다. <소년심판>은 소년범들의 행동을 미화하지 않는다. 소년범을 양산해내는 건 가정과 사회의 영향이 크지만 소년범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소년들의 문제라고 말한다.
"다양한 선택지 중 범죄를 택한 건 결국 소년입니다. 환경이 나쁘다고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진 않죠."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했을 겁니다. 나 좀 봐달라고. 나 힘들다고. 왜 몰라보냐고."
극 중 심은석 판사(김혜수)는 명대사를 많이 남긴다. 소년범죄의 시작은 관심에의 갈구에서 시작한다는 극 중 대사에 공감했다. 비행 청소년들 중에는 극 중 인물들처럼 촉법소년에 대해 알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이들은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처분을 받아봤자 극 중 심은석 판사가 때리는 10호 처분이 최대일뿐이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1958년 이후 그대로다.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해가면서 아이들의 성장 속도와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남다른 만큼 촉법소년의 기준을 하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며 오래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시대 반영을 잘하고 있으면서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는 널리 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의문을 던지고 사회 변혁에 큰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
덧, 아역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소름이 돋았다. 특히, 1,2화에서 나왔던 이연 배우,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였다. 이연 배우 이외에도 아역 배우들 연기가 너무 좋아서 몰입도가 높았던 드라마였다. 이 세상 모든 소년들이 소년답게, 소년스럽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