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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Apr 01. 2022

막장인 듯 아닌 듯 <페러렐 마더스>

신파와 역사적 의미의 결합

막장 드라마를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 단연 돋보이는 요소는 출생의 비밀이다. 시청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욕먹고 있는 가족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도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은 등장한다. 애나킴이 알고 보니 단단이의 친엄마였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시청자는 출생의 비밀을 알면서도 그 출생의 비밀이 언제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얼마면 되니' 하는 명대사를 남긴 <가을동화> 역시 출생의 비밀을 품고 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은서가 친딸이 아니고 신애가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은서는 혼자 남겨진다. 그러고 보면 가을동화에는 불치병,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등장한다. 가족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멜로드라마 <가을동화>에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지만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결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본 영화 <페러렐 마더스>에도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사진작가 야니스와 아나의 아이가 바뀌었는데 야니스는 진실을 알리지 못한 채 아나와 가까운 사이가 된다. 가까운 사이는 몸까지 섞는 농밀한 사이를 말하는데 영화는 출생의 비밀에 동성애를 덧입히며 전개된다. 야니스란 인물은 어쩌면 동성애자보다는 바이섹슈얼에 가깝다.



사진작가 야니스가 자신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는 아이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자신과 바람난 유부남이 아기를 보고 왠지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의구심을 품자 야니스는 급기야 유전자 검사를 감행하게 되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지만 그다음 우연히 야니스가 아나와 카페에서 마주치게 되고 아나로부터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극히 드문 확률로 뇌가 덜 발달해서 돌연사하게 되었단 말을 듣게 되고 아나에게 서로 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끝끝내 말하지 못한다. 긴가민가하면서 아나의 유전자 검사 결과 아나의 친딸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야니스는 아나에게 진실을 알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 야니스는 결국 아나에게 진실을 실토하게 된다.



'출생의 비밀' 이 등장할 때까지는 영화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야니스와 아나가 농밀한 관계가 되는 것에서 쇼킹하다고 충격을 받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스페인의 역사를 알아야만 이해 가능한 부분이 존재한다. 야니스의 증조부는 프랑코 정권의 탄압으로 희생된 사람인데 증조부의 시체를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진실을 은폐하려던 세력 때문이었다. 실제로 극 중 인물인 야니스도 딸이 바뀌었다는 진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에 영화 제목인 <페러렐 마더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겠다. 페러렐 마더스의 뜻은 평행의 엄마들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야니스와 야니스의 친모, 야니스의 친조모는 미혼모였다. 같은 결의 인생을 역사적으로 반복했다는 측면에서 평행의 엄마들이기도 하지만 큰 역사 줄기 안에서 진실이 은폐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에서도 평행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영화는 뿐만 아니라,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기존 영화를 봐온 사람들이라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할 만한 영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기존 영화는 자비에 돌란과는 다른 방식으로 모성을 예찬한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보면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야니스와 아나의 농밀한 관계, 남편 없이 애를 키우겠다고 마음먹는 야니스와 아나의 입장 등을 통해서 여성의 주체성과 강인함을 드러낸다. 어찌 보면 신파 덩어리지만 영화를 속속들이 보다 보면 깊은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을지어다. 그런 말이 있지 아니한가. 인생은 가까이 서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피카소의 큐비즘 같은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페러렐 마더스>를 추천한다. 신파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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