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설렘 가득한 드라마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예스 인가 노인가. 나는 예스다.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가 되려면 서로 이성적 호감이 없어야 한다. 이성적 호감이 생기는 순간, 여느 드라마와 영화에서처럼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쪽만 이성적 호감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쪽만 있을 경우, 골골거리는 짝사랑에 머물게 된다. 드라마 <사운드 트랙 #1>은 20년 지기 절친인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사랑임을 알아가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다. 처음 이 드라마의 로그 라인을 들었을 때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과 <미치겠다, 너 때문에!>가 떠올랐다. 첫 번째 영화가 떠올랐던 이유는 드라마가 뮤직 드라마인 데다 여주 직업이 작사가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드라마가 떠올랐던 이유는 <미치겠다, 너 때문에!>가 오랜 친구와 하룻밤을 보낸 후, 8년의 교감이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을 담아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미치겠다, 너 때문에!>는 심지어 사운드 트랙#1처럼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사운드 트랙 #1>에서 은수(한소희)의 얼굴을 바라보고 미치겠다라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미치겠다'라는 표현에는 못 참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아니한가. 드라마 맥락상은 그렇다.
뻔하디 뻔한 '사랑 와 우정 사이'라는 소재를 <사운드 트랙 #1>이 특출 난 방법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어찌 보면 뻔한 감정 전개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디테일에서 몽글몽글함을 느낄 수 있다. <사운드 트랙 #1>은 쌍방향으로 타이밍이 딱 맞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이 어긋나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사가인 은수(한소희)가 선우(박형식)의 마음을 알아차린 후 1년이 지나서야 선우(박형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선우(박형식)에게 멋지게 고백한다. 물론, 그에 대한 선우(박형식)의 답변도 오래도록 당신 곁에 있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이다. 서로에 대한 질투를 귀여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은수의 직업인 작사가가 덜 활용된 뮤직드라마라는 것이다. 작사가인 만큼, 작사 내용으로 짝사랑, 사랑과 우정 사이 등의 소재를 더욱 표현해낼 수 있고 더 나아가 ost와 연계해서 ost를 매 회 테마별로 제작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은수(한소희)의 직업인 작사가가 그저 소재에 불과했다는 게 이 드라마의 맹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반면, 선우(박형식)의 애틋한 마음은 사진작가로서 은수(한소희)를 몰래 찍는다거나 은수의 평범한 모습마저도 예쁘게 찍어내는 모습을 통해 표현이 가능했다.
뻔한 소재라는 점, 뮤직 드라마지만 음악과 줄거리가 찰떡같이 붙지 못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몽글몽글하다. 뻔해서 익숙하고 익숙해서 보는 맛이 있다. 게다가 선우(박형식)의 순애보는 여성들의 남성 순애보 판타지를 만족시켜준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기에 드라마를 통해서 대리 만족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우(박형식)의 세심함과 애틋함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완벽한 남자가 8년 동안 짝사랑해온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은가. 설레지 아니할까. 두 배우를 주축으로 은수 엄마로 등장하는 이정은 배우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제주살이를 하며 타로카드를 보는 신세대 엄마는 두 번 타로카드를 봐주면서 선우(박형식)를 당황케 하고 은수(한소희)에게는 타이밍을 강조한다. 확신이 든다 싶으면 잡으라고. 그렇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뻔한 진리를 이 드라마는 타로카드라는 소재를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 이를테면 선우(박형식)의 작업실, 선우와 은수가 자주 가던 <부부 술집>이 분위기 있게 그려져서 보는 재미도 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짧다면 짧은 4부에 불과한 작품이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몽글몽글한 감정은 배가되기에 충분했다. 뻔한 소재더라도 설렘이라는 감정,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