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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Sep 20. 2022

코시국의 여행, 왜 말레이시아인가

수많은 선택지들 중 나는 왜 말레이시아를 가게 되었는가.

이번 여행은 2019년 12월 크리스마스 무렵 오스트리아 여행 이후 3년 만의 첫 여행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가 터졌고 2021년에는 코로나가 여전했고 2022년인 지금도 코로나는 진행 중이지만 규제는 많이 풀린 상태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물론 작년에는 제주도를 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해외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이번엔 정말로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한여름인 8월 중순 즈음, 꿈에 그리던 이태리를 가느냐 지인이 있는 스위스를 가느냐 비행기 값이 상대적으로 싼(100만 원) 폴란드를 가서 부다페스트로 나오느냐 말레이시아 페낭을 가느냐 네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며 스카이스캐너로 비행기 가격을 찾아봤다. 9월 추석 연휴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근무 후인 10일 밤 비행기를 끊어서 18일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비행기를 검색했다. 결국 10일 밤, 17일 오전에 한국에 들어오는 선택을 했지만 모처럼 연휴를 낀 채 4일 휴가를 썼던 터라 휴가를 아낌없이 누리고 싶었다.



2019년에 오스트리아를 단돈 60만 원에 갔다 온 나로서는 160만 원짜리 이태리 비행기 값을 보며 손해 보는 기분이 든 나머지 꿈에 그리던 이태리는 포기하고 말았다. 스위스를 갔다 온 지인과 스위스에 살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를 종합해본 결과, 물가가 비싸서 지출이 어마 무시할 수 있겠단 생각에 스위스는 포기했다. 그러다 폴란드냐 말레이시아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폴란드에서 교환학생 했던 친구가 폴란드도 볼 게 많다고 해서 폴란드에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말레이시아는 어떻게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로 꼽히게 되었느냐! 말레이시아 하면 쿠알라룸푸르 혹은 코타키나발루를 떠올리지만 내게 말레이시아는 '페낭'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틀 트립으로 우연히 본 페낭의 이국적인 풍경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가 아닌가! 수많은 나라를 가보았지만 물론 무슬림을 마주쳐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있지만 이슬람 국가에 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쯤인 '미식의 도시'로 불리는 이곳에서 음식을 와장창 먹고 싶었다. 오사카 식도락 여행만큼 즐거울 것 같았다.



실제로 나는 여행 중에 차퀘이칵을 찾아 나섰는데 호커센터 곳곳에 가서 '차 퀘이 칵'을 외치는 바람에 같이 동행한 남자 친구는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무슬림이 한국에 와서 '계란빵' '노량진 컵밥'을 외치는 꼴이라며 비유까지 해주었다. 물론 나는 그 비유에 빵 터졌지만 투덜대는 남자 친구 덕에 결국 '차 퀘이 칵'을 먹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내가 본 블로그들에서 한결같이 차퀘이칵을 꼭 먹어야 한다고, 차퀘이터우보다 더 맛있는 이 진귀한 음식을 꼭 먹어달라고 하길래 기대를 많이 했던 터였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그 전날에 먹은 차퀘이터우보다 덜 짜고 떡과 무 사이의 식감을 가진 이 음식은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차 퀘이 칵? 외치자 차 퀘이 칵! 하고 느낌표로 응해준 아주머니 감사할 따름이다. 백종원의 푸드파이터에 나온 음식점들을 위주로 팔로우 업했고 팔로우 업한 음식점들은 대개 인기가 많았다. 첸돌 집 역시 줄을 서야만 했고 카야 토스트 집 역시 자리는 쉽게 앉을 수 있었지만 음식이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아삼 락사 집의 경우 한가롭게 아삼 락사를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아삼 락사를 많이 먹지 않았다. 면이 탱글탱글했으면 좋으련만(라면도 나는 덜 익은 채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분절되어있고 퉁퉁 불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 결론적으로 페낭에서 사흘을 보냈고 랑카위에서 나흘을 보냈다.



랑카위는 어떻게 알게 되었냐 하면 말레이시아를 가기로 작정하고 서치를 해 보다가 쿠알라룸푸르 직항이 있길래 페낭에서 놀다가 쿠알라룸푸르로 갈까 하던 차에 랑카위라는 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랑카위가 정말 좋았다는 후기들을 읽으면서 흔들리게 되었다.(나는 생각보다 블로그 후기들에 취약하다. 유튜브 브이로그는 거의 보지 않았고 블로그에 의존하는 나는 아직 신세대는 아닌 모양이다.) 랑카위는 게다가 면세지역으로 술과 초콜릿이 싸다고 했다. 게다가 제트스키 등등 수상스포츠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아닌가! 물에서 하는 놀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나는 이 두 가지 포인트에 끌려서 랑카위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랑카위 in 혹은 out으로 비행기를 검색했다. 그런데 직항은 없었다.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랑카위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고 결국 그 방법으로 랑카위에 먼저 들어갔다. 랑카위에서 차 렌트를 하고 나흘 동안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렌트 말고 그랩을 추천한다는 블로그 후기도 있었지만 말레이시아 책에서 렌트 별 다섯 개를 매겨놓았던 터라 남자 친구와 나는 솔깃한 나머지 렌트를 감행했다. 260 링깃에(1링깃 300원)에 싸게 렌트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반납할 때 흠집 때문에 250링깃을 토해내야 했던 경험까지 하고 말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트는 추천한다.) 나흘 동안 편하게 여행했던 걸 생각하면 렌트는 합리적인 선택인 듯하다.



그리하여 싱가포르 반나절 경유, 랑카위 인, 페낭 아웃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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