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후에 연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봄내음이 물씬 풍기던 3월 무렵, 필라테스 학원 근처에 폴댄스 학원을 홍보하는 입간판을 본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폴댄스 학원에 갔다. 1회 무료 체험 후에 잽싸게 6개월권을 끊었다. 초급까지는 무리일 것이라 판단해서 입문용으로 6개월 등록하였다. 요즘은 입문 1반은 너무 쉬워서 입문 2,3반을 주로 듣고 있다. 6개월 전에 시작한 운동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느냐 물으신다면 근력 향상에는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운동이다. 개인적으로 체중 감량에 제일 효과적인 운동은 수영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영은 너무나도 힘들다. 필라테스 역시 몸매 교정에는 좋으나 체중 감량에 적합한 운동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1년 정도 했으니 결론을 내릴 만하지 아니한가) 폴댄스 역시 몸매 교정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살이 쫙쫙 빠지는 운동이 아니다. 가끔 어려운 스핀 동작을 하고 나면 땀이 날 때도 있지만 땀이 나는 경우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이는 입문과정에 한해서만 해당된다. 초급 과정을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초급 과정은 입문 과정에 비해 훨씬 어렵고 땀이 날 만하다.(물론 겪어보진 않았고 입문 과정이 능숙해지자 선생님은 내게 초급 과정을 권유했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폴댄스 6개월을 했는데 왜 굳이 연장하지 않느냐 물으신다면 내 입장에서는 힘든 운동을 하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수영은 30분만 해도 숨이 벅차오름이 느껴지고 샤워실에서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오면 개운하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폴댄스는 손에 그립제를 바르고 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나면 상쾌함보다 찝찝함이 많이 든다.
게다가 어떨 때 동작이 잘 되지 않으면 자괴감마저 드니 우리 엄마 왈, 돈 주고 배우면서 왜 자괴감을 갖니?라고 하셨지만 해냈을 때 성취감을 배로 느끼고 못 해내면 쭈굴이가 되고 만다. 양손으로 폴에 매달려서 문어처럼 다리를 쭉 뻗는 자세(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가 처음 한 달 동안 되지 않아서 한동안 좌절모드였다. 그러다가 한 달이 넘어가는 어느 날 갑자기 매달리기가 되는가 하면 생각보다 어렵다는 굿 스냅도 어느 순간 거뜬히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생님이 매일 자세 이름을 말해줘도 나는 매일 까먹기 일쑤여서 최근에 배운 프린세스 동작 이름만 기억이 난다. 친절한 선생님은 동영상도 꼭 찍고 가라고 말하면서 남아서까지 코칭을 해주시기도 하신다. 실제로 문어처럼 다리를 뻗는 자세도 선생님이 남아서 요령을 알려주신 덕분에 성공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클라임, 폴싯, 스피닝은 처음 학원에서 알려주는 기본 동작이다. 클라임은 말 그대로 클라이밍 하듯이 매달리는 동작이고 폴싯은 폴에 앉는 동작이며 스피닝은 회전을 하는 동작이다. 동작을 하다 보면 '오금에 거세요'라는 이야기를 생각보다 많이 듣는다. 그만큼 오금을 걸어서 매달리는 동작이 꽤 많다. 폴댄스는 40분 정도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인원이 많을 때는 10명까지 같이 들어봤다. 폴댄스 시작 전에 간단한 체조를 하는데 10명이나 같이 듣게 되면 거울이 보이질 않아 내 플랭크 자세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10명이 들으면 1명당 코칭에 할애되는 시간이 적어져서 수박 겉핥기 식 수업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폴댄스는 개인적으로 4명 수업이 제일 적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네 명 수업을 듣고 왔다. 비록 동영상은 찍지 않았지만 클라임 동작을 응용한 동작을 가뿐히 해내고 왔다. 이제 폴댄스 수업이 겨우 3번 남았다. 아쉬우냐 물으신다면 하나도 아쉽지 않다. 화려한 폴댄스 영상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막상 폴을 타보면 미끄러질 때도 많고 근력이 따라주지 않아 쩔쩔 겨우 매달릴 때도 많아서 어쩌면 폴댄스는 빛 좋은 개살구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폴댄스 예찬론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나의 후기겠으나 폴댄스 6개월 경험자의 소회는 다음과 같나이다. 그나저나 그다음엔 무슨 운동을 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