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트에 갔다가 들은 노래가 시작이었다.
"붐 좋아 들어봐. 왜 이 노래가 스트리밍 1위가 아니지? 이해할 수 없어!"
사방팔방에 노래 선전을 하고 있다. 쉐끼릿 붐이 아니다. NCT Dream의 BOOM이다. 내 마지막 아이돌 덕질은 시아준수였다. god 윤계상을 시작으로 계상 마누라라는 닉네임을 오랫동안 썼다. 그때는 신화 vs god로 나뉘어 어떤 가수를 더 좋아하는지로 다투기도 했는데 점심시간에 방송에서 신청곡으로 god 노래가 많이 나오는지 신화 노래가 많이 나오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god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중학생 시절 동방신기란 그룹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시아준수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고 천사 미소에 허당기까지 머금은 인간 천사라니! 하며 시아준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 뮤지컬보다는 연극을 좋아했지만 시아준수 때문에 뮤지컬도 보러 다니며 덕질을 해댔다. 그러다가 비투비 육성재가 드라마 학교에서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육성재가 나오는 우결을 챙겨봤으며 시아준수와 비슷한 싱그러운 미소에 나도 엄마 미소를 짓곤 했다. 그렇지만 시아준수 덕질 정도까진 이르진 못했다.
그리고, 지금! 몇 년 만에 그에 준하는 덕질이 시작되었다. 집 근처 마트에 뭐 사러 갔다가 BOOM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노래가 중독성 있어 좋네 라고 생각했는데 유난히 귀에 와 닿는 목소리가 있었다. 나는 남자 가수의 미성, 예쁜 목소리를 정말 좋아라 하는데 시아준수, 정준일, 빌리어코스티 등등 이에 준하는 목소리가 BOOM이라는 노래에서도 들려오는 게 아닌가. 발걸음을 멈추고 네이버에서 가사까지 검색해 봤는데 NCT Dream이라는 가수의 신곡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NCT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심지어 소방차라는 노래도 들은 적이 있었고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 맡은 프로그램의 한 코너 내용이 소방차와 관련된 것이어서 즉흥적으로 NCT 노래를 틀었던 기억. 몇 개월 전이었는지 1년 전이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는다. 왜 그때는 이 목소리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BOOM에서는 목소리가 확 튀어서 정말 동방신기 시아준수 덕질할 때가 떠오르면서 시아준수가 떠올랐다. 천사미소에 반해서 한동안 이상형이 웃는 게 예쁜 사람이었는데 어쩜 이렇게 시아준수스러울 수가 있어!. 지금은 유튜브로 해찬 덕질을 하고 있는데 여러 클립들을 보면서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 혹은 귀여운 애굣덩어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시아준수 혹은 육성재와 너무 비슷하다. 사람의 취향은, 연예인에 대한 나의 취향도 어쩜 이렇게 한결같을까.
이 나이에, 10살 어린 가수한테 이토록 빠져들 줄 몰랐다. 치명적인 목소리를 가졌는데 치명적인 매력까지 가졌다. 내 메마른 삶에 단비가 되어주고 있다. 덕질은 이래서 행복한 거였지. 새삼 젊어진 듯한 느낌이다. 해찬이 솔로곡 좀 내주세요 스엠. 커버곡들이 정말 좋다. 목소리가 옥구슬 같으면서도 사르르 녹는 셔벗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