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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새벽의 무의식

잠이 들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는.

by 아보카도

다른 사람들의 바이오리듬은 쿨쿨 수면 상태로 접어들었는데 나 홀로 이 시간에 깨어있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밤에는 생각이 많아지고 뱃가죽 시계는 울려오고 음식들을 흡입해가고 그 다음날 부은 얼굴로 회사를 가는 악순환의 반복이랄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게 아니라, 일찍 일어나면 피곤한 게 현실이다. 요즘은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 마음의 들쑥날쑥도 없으며 여름의 끝물 이후 다가올 가을에 대한 부푼 마음으로 들뜨지도 설레지도 않는 적당한 상태다.


이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할까. 라디오를 들을까? 팟캐스트를 들을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재방송을 볼까? 넷플릭스를 보며 시시덕거릴까? 무드등 하나 켜 놓고 책을 읽을까?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양 백 마리를 세고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베이글을 입에 문 채 무의식의 흐름으로 노트북에 이것저것 끼적이고 있을까? 유튜브에 빠져 유튜브 라이브 방송 보다가 밤을 지새버린 걸까? 아이돌에 빠져 관련 영상을 다 보느라 정신이 없을까? 잠들지 못한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할까? 배고픔을 참지 못해 편의점으로 달려가 야식을 사 와서 먹은 후 후회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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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다 내 얘기다. 무서워서 달밤 체조는 못했다. 너무나도 고요한 이 동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 정도다. 차가 있으면 드라이브를 하게 되려나. 그럼 선택지는 조금 더 많아지게 되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선택지가 엄청 많아질 것 같지도 않다. 이 시간에는 남들처럼 잠드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 어둠 속에선 고요해지고 진지해진다. 내 정신만 멀쩡하지 주위 환경은 모두 거의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다.


새벽에 깨 있는 사람들끼리 뭐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미래에는 홀로그램으로 터치해서 서로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외로움도 반감될 것이고 같이 깨어있다는 동질감도 커지겠지. 누군가는 이 시간에 일을 하고 있을 것이고 운전을 하고 있어서 외로움의 감정을 느낄 여유조차 없을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막막한 미래 때문에 쉽사리 잠들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옆의 코 고는 사람 때문에 잠들지 못해 한숨을 연거푸 쉬고 있을 것이며 누군가는 악몽을 꾸고 깨어나서는 물 한 잔 들이켜고는 멍해져 있을 것이다. 이 동네에서 이 시간에 불빛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끔뻑거리고 있을 것이다.


어제는 커피를 네 잔이나 마셨다.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다. 카페인이 잘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부터 커피 세 잔을 넘어가면 카페인이 최강 효과를 발휘한다. 핫식스 마신 지 5분 만에 잠들었던 난데 요즘은 카페인이 내 몸의 리듬을 조종하고 지배하고 있다. 커피를 그만 마시면 잠이 좀 올까. 나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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