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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기의 밥이었다.

산모기들의 공격, 내 다리의 최후

by 아보카도

내 다리는 모기들의 공격으로 처참해졌다. 잠결에 모기의 윙윙대는 소리를 들었던 나는 불을 켜고 모기를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하며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했다. 모기장도 설치해 놓지 않았으며 모기향도 피워놓지 않았지만 모기에게 물려도 뭐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잠을 잤다. 그 결과, 내 발가락과 발, 다리는 모기들이 물어뜯은 자국들로 채워졌다. 2년 전에도 모기에게 물어뜯겨서 온 다리가 모깃자국으로 도배되었던 적이 있던 터라 낯설지는 않은 광경이었으나 너무나도 가려워서 자꾸만 긁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던 내 얼굴이 고등학생 때 이후로 여드름 자국으로 점철된 것은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긁었던 이유 때문이었는데 모기에 물리고 나서도 자꾸만 긁어댄 결과, 독이 올라서 모깃자국이 더욱 벌겋고 심하게 커졌다.


"얼마나 잠이 깊은지 도둑이 와도 모를 거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미련할 수 있냐며 버물리라도 발라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주섬주섬 버물리를 챙겨서 바르기 시작했다. 향수를 뿌리면 무얼 하나, 버물리 향으로 온몸이 도배되어버렸는데! 그렇게 한동안 버물리와 친구로 지낼 것 같다. 그 많던 모기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윙윙대는 소리는 겨우 한 번 들었는데 이렇게나 많이 물어뜯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설마 아디다스 모기였을까. 정말 아디다스 문양처럼 생긴 모기를 딱 한 번 본 적 있는데 한 번은 내 손가락 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것을 보고 질겁한 적 있다. 아디다스 모기는 군대에 있던 사람들 말로는 한 번 물리면 진짜 아프다고 했는데 설마 아디다스 모기가 내 발가락과 다리를 물어댄 것일까.



그렇다면 모기가 좋아하는 피라는 것이 따로 있을까. AB형인 내 동생과 같이 자면 주로 내 동생이 모기에게 물어뜯기기 일쑤였다. 특히, 모기가 얼굴을 물어뜯는 바람에 내 동생의 얼굴은 종종 붓기도 했다. 그렇다면 B형인 내 피는 산모기가 좋아하는 피인 것인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대가 높은 이 곳에는 그냥 보통 모기보다는 산모기가 많다. 그 모기들이 방충망 틈을 뚫고서 새벽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내 방으로 와서 내 발가락을 물어뜯었단 말이다. 왜 그렇게 발을 많이 물어뜯었을까. 혈관이 잘 보였기 때문일까.라는 의문을 던지자 누군가가 모기가 혈관을 따져가며 물겠냐며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네가 모기에게 그렇게 많이 물어뜯겨도 잠을 쿨쿨 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기란 녀석이 물어뜯기 전에 마취를 하기 때문이란다. 마취라 하면 수술 전에 하는 그 마취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진짜라고 했다. 눈치 못 채게 마취라는 것을 하는 녀석에게 감사함을 표해야 할까. 감사함이고 자시고 일단 흉이나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가을이 내게 준 선물 치고는 너무 잔인하지 않나 하는 생각. 어디 나만큼 처참해진 다리를 가진 사람 있음 나와보라 그래. 너무나도 억울한 지금, 버물리 향이 코끝을 찌른다. 이제 그만 버물리와 안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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