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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대성당 VS 성 페터 성당, 당신의 선택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성 페터 성당 대 압승

by 아보카도



외관만 보면 왼쪽 성당을 택하고 싶을 테지만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를 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오른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어느샌가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렸다. 성 페터 성당에 들어섰을 때 그 시가 떠올랐다. 비엔나의 명물인 슈테판 대성당이 외관만으로는 압승이어서 모든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에 성 페터 성당은 이인자처럼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물이든 사람이든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외모에 반했다가 내면에 놀라서 도망가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슈테판이 첫인상으로는 압도적인 1등이겠지만 막상 겪어보면 성 페터 성당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1등을 차지할 걸?


비엔나에 도착한 첫날, 무지크페라인에서 공연을 보고 나서 거리를 나섰는데 슈테판 대성당이 자꾸만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쇼핑거리 바로 앞에 슈테판 대성당이 있으니 뭐랄까. 너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슈테판 대성당의 화려함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웅크리고 사진을 찍어도 전체 광경이 들어올락 말락 했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면 바로 슈테판 대성당이 보여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데 사진에 그 외관의 화려함이 다 담기지 못한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스럽다고 생각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경우, 내부에 들어섰을 때 스테인드글라스가 나를 반겨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슈테판 대성당의 경우, 거울에 연속 반사된 듯한 느낌이 드는 돔 구조가 눈에 띄었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그 어떤 종교에 대한 거부감도 없는 편이다. 단, 무신론자라서 어떤 신을 믿을 것을 강요하거나 종교를 강요하면 거부감이 생기는 편이다. 신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가끔 하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믿음을 가지고 절에 가거나 성당에 가기보다는 그곳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거리낌 없이 모든 곳에 가는 편이다. 절에 가면 절의 고요한 느낌이 좋고 성당에 가면 성당의 웅장함이 좋거든.


케른트너 거리를 거닐다 보면 성 슈테판 성당과 눈맞춤하게 된다.


슈테판 대성당을 두 번째로 본 것은 두 번째 날, 저녁 8시쯤이었다. 와 좋다. 하면서 동영상을 찍으면서 정작 성당 안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성당 안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잘츠부르크에서 레지던스와 연결된 성당 내부를 둘러보면서 비엔나로 돌아가면 꼭 슈테판 대성당과 성 페터 성당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라서 모든 것이 모차르트로 도배되어 있는데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경우, 모차르트 오르간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모차르트가 거기서 오르간도 쳤다고 하니까 괜히 오묘한 느낌마저 들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미술관이 연결된 것이 인상적이었고 미술관에서 그다음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다가가면 자동적으로 열리는 문이 신기해서 좋았다. 성큼성큼 걸어가면 해리포터가 마법을 부리는 것 마냥 창문 열리듯 드르륵 열리는 문을 보면서 미술작품보다 더 신기해하며 동영상을 여러 번 찍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슈테판 대성당에 비하면 애기 성당에 가까웠다.


레지던스에서 본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오르간



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로 돌아와서 여독을 풀다가 슈테판 대성당으로 향했다. 슈테판 대성당의 경우 외부 둘레가 생각보다 커서 빙 돌다가 입구를 찾지 못했다. 도대체 입구가 어디람? 하면서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들어갔는데 역시나 성당이 주는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뭐랄까. 그날따라 추웠는데 오들오들 떨던 내 심장이 진정되고 평안해졌다. 슈테판 대성당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성당이다. 무엇보다도 카타콤베가 인상적이었다. 북쪽 탑을 엘리베이터 타고 가 보라는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갔지만 케른트너 거리에서 바라보는 뷰보다는 벨베데레 궁전이나 쇤부른 궁전에서 바라보는 비엔나의 풍경이 더 예쁠 것 같아서 패스했다. 건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 뾰족한 건축양식이 고딕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고딕이 눈에 확 띌 것이다. 물론 슈테판 대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혼합 양식이라는 점은 구글 맵이 자세히 알려준다. 믿음이 신실한 자들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고 하니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보면 슈테판 대성당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부님들이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씀하고 계셨고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로 기도하고 있었다. 거대한 하프도 있었고 화려한 외부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했다.


어느 쪽이 슈테판이고 페터일까?



화려함의 끝판왕은 성 페터 성당이다. 슈테판 대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압도감과 웅장함과 화려함은 성 페터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구글맵 리뷰 중에 현지 가이드가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좋아하는 성당이 성 페터 성당이라는 리뷰가 있어서 그 리뷰 때문에 성 페터 성당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 페터 성당 앞에 도착한 나는 읭? 하는 표정을 지었다. 외관은 푸르스름한 돔이 눈에 띄지도 않아서 병원이나 시청 같단 생각을 했는데 성당에 들어 서고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악 까지는 아니었고 아아.... 와아? 성 페터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내 몸은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안이 이토록 화려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을 하기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성당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 내부의 모습을 미리 사진으로 보고 갔을 수 있겠지만 성당보다는 미술관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미술관에서 지른 탄성과는 몇 배 더 큰 탄성을 이 성당에서 내질렀다. 성 페터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평일은 3시, 주말은 8시에 오르간 연주가 있는데 나는 왜 그 연주를 놓쳤단 말인가!


역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왜 현지 가이드가 극찬하는 줄 알겠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슈테판 대성당의 외관이 화려해서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생각보다 검소한 내부의 모습에 고요해지는 느낌이라면 성 페터 성당의 경우, 외관이 소박해서 1도 기대 안 하고 들어갔는데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기자기하면서 화려한 내부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내게 가끔 엉뚱한 길을 알려줘서 원망스러웠던 구글맵에 너무나도 감사해 할 수밖에 없었다. 잘츠부르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아기자기한 느낌에 아늑해하다가 운터 베르크 설산 보고 탄성을 내지른 느낌과도 같달까. 너무 좋아서 한참이나 돔을 바라보았고 나도 모르게 와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슈테판 대성당의 경우 담백하고 프랙털 구조만큼이나 질서 정연하다면 성 페터 성당의 경우, 곳곳에 있는 천사 조각상이 내게 손짓하는 느낌이랄까. 어서 와, 성 페터 성당은 처음이지? 하며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숙연해졌고 기도를 드려야만 할 것 같았다. 비엔나에 처음 도착했던 날도, 케른트너 거리를 거닐면서도, 내내 슈테판 대성당이 눈에 띄기 때문에 슈테판 대성당은 한 번 가 보자 하는 생각에 백이면 백 들를 것이지만 성 페터 성당은 귀찮아서 패스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슈테판 대성당은 패스하더라도 성 페터 성당은 꼭 가기를 바란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너무나도 뻔한 진리를 다시 되새기게 될지어니. 내가 듣지 못한 오르간 연주도 들으면서 그곳에서 명상을 해 주시길!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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