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3일
내일이면 아내의 계약직이 끝난다.
내 등쌀에 떠밀리듯 시작한 출근이었다.
괜히 미안했다.
또 한 번 세상 앞으로 밀어낸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오래도록 쓰였다.
처음엔 많이 힘들어했다.
낯선 사람들,
낯선 일들.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도 있었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던 날도 있었다.
힘에 부치는 날엔
집에 돌아와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눈물을 보이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쌓인 일 년.
하루하루는 더디게 갔는데
어느새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을 앞두고
괜히 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는
다 담기지 않을 것 같아서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다
좋아하는 꽃다발을 하나 주문했고
며칠 전부터 조금씩 써 내려가던 편지를
오늘에서야 편지지에 옮겨 적었다.
오랜만에 쓰는 편지라
문장 하나를 몇 번이나 고쳐 썼다.
손으로 글을 쓸 일이 없는 요즘
편지지 위에 옮겨 적는 일은
생각보다 더디고 손이 많이 갔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자꾸 말랑해졌다.
말랑해진 마음은
자꾸 그 시절을 떠올렸다.
가진 것 없던 내가
결혼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던 내가
이상하게도
너만은 확신했던 그 시간.
요란하지 않았고
근사한 프러포즈도 없었지만
우린 마음이 통했고
그걸로 충분했던 시절.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아이를 키우고.
웃고. 다투고
다시 웃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내일 너의 마지막
출근길이 조금은 가벼웠으면 좋겠다.
돌아온 집에서
내 마음이
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