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4일
180이 넘는 키
100킬로가 넘어가는 몸.
보통의 나는
무겁고 느리다.
그러나
물속의 나는
가볍고 빠르다.
어릴 적 배웠던 수영은
살면서 꽤 쓸모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도 함께한다.
덕분에
바닷가에서도 계곡에서도
제법 뿌듯하다.
오랜만에
아들과 수영장을 찾았다.
입구부터
묵직하게 퍼지는
소독약 냄새.
나는 그 냄새가
그렇게 좋다.
물에 들어가니
달리기 할 때 느끼는
중력 따위는
없다.
적당한 수온
살랑이는 물살
물속에 몸을 던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렇게 나는
바다사자가 된다.
숨을 고르고
팔을 젓고
다리를 흔들며
나아간다.
힘에 부치면
배영으로
평형으로
계속 나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느꼈다.
뒤에 누가 있다.
벽을 짚고
몸을 돌리는 순간
보았다.
어떤 할머니.
그리고
금방 알았다.
고수다.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끊임없이
나의 뒤를
따르고 계셨다.
피식-
나도 모를 미소다.
누군가가
나의 호흡과
리듬에 맞춰
뒤를 따른다는 게
괜히
기분이 좋았다.
말 한마디
눈빛 한번
주고받지 않았지만
나는 오늘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였다.
아마도
그럴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