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04

by 성요셉



제 장례식에 와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고개를 들기만 하면 떠난 이가 있는 천국을 훔쳐볼 수 있을 것같이 투명한 유리 건물이다. 백여 명의 조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미와 유건의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화제는 단연 트랜스휴먼이었다. 트랜스휴먼을 실제로 본 이들도 있고, 방송과 인터넷으로만 접한 이들도 있었다. 마치 신상품 리셉션 현장 같았다.


다미는 대기실 안쪽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눈 화장이 자꾸 번졌다. 파우더를 여러 번 덧칠하니 눈 밑이 얼룩졌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유건과 관 속에서 이별을 기다리는 유건을 동시에 마주하는 일은 상처를 내고 치료하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쓰리고 아렸다. 다미는 크게 호흡을 세 번 하고 감정을 꾹꾹 눌렀다. 파우치에서 연한 색의 립스틱을 꺼내 얇게 바르고 옷매무새를 살폈다. 몇 달 전 유건에게 선물 받은 검은 원피스가 이리 쓰일 줄 몰라 씁쓸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유건은 자신의 장례식을 마치 데뷔식처럼 생각하며 대기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볼을 만지고, 눈을 깜박여봤다. 팔과 허벅지 근육이 특히 마음에 드는지 씨익 웃어 보였다. 이번에는 손등을 꼬집어봤다. 불편한 느낌은 있었으나 통증은 아니었다. 약간 불만족스러웠다. 온전한 고통을 원하기는 처음이었다. 고통이 생명의 고유한 감정이었나 싶었다.


다미가 쭈뼛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직은 서로 어색했다.


“괜찮아?”


다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는?”

“괜찮아. 그럼 나갈까?”


유건이 다미에게 다가가 손을 움켜잡았다. 다미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다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두 사람은 긴장된 눈빛을 한차례 주고받고 대기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장례식장 상단에는 화관을 두른 검은색 관이 놓여있고, 왼쪽으로 강연대가 있었다. 조문객들은 두런두런 거리다가 두 사람을 보고 잠시 술렁거렸다.


다미가 강연대 앞에 섰다. 상단의 관 앞에는 사망자 이름 ‘노유건’과 영정사진이 놓여있었다. 다미는 그 사진과 뒤에 서있는 현재의 유건을 번갈아 봤다. 사진과 비교하면 현재의 유건은 젊고 멋있으며 생기 있었다. 다미가 고개를 조문객들에게 돌리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트랜스휴먼에 가입했고, 그의 영혼이 지켰다는 것입니다. 트랜스휴먼으로 돌아온 남편 노유건 씨가 여러분께 인사드리겠습니다.”


뒤쪽에서 분위기에 휩쓸린 몇몇이 박수를 치려다가 멈칫했다. 여느 장례식과 다른 분위기이니 조문객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다미가 강단을 내려가면 뒤에 서 있던 유건이 올라서며 다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 눈을 찡끗거렸다. 유건이 강단에 서서 양복 아랫단을 가볍게 여몄다.


“바쁘신 와중에도 제 장례식에 와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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