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나……죽은 거지?
다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옆방으로 걸어 나갔다.
아이씨뱅크 쇼룸 문을 여니 하얀 의자에 트랜스휴먼이 된 유건이 앉아있었다. 유건은 자신의 모습이 생소한지 이곳저곳을 만지고 있었다. 생전의 유건 얼굴이지만 잡티와 눈가 주름이 사라졌고, 이전의 호리호리한 어깨선은 더 넓어졌으며, 볼록 나온 배와 마른 살 대신 다부진 근육이 생겼다. 마치 한 달간 헬스장에 가둬놓고 트레이닝을 시킨 것 같았다. 눈동자는 더욱 초롱초롱했고 납작했던 뒤통수는 봉긋해져 입체감이 살았으며 머리카락도 풍성하고 찰랑거렸다.
유건은 뚜벅뚜벅 걸어오는 다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넓게 펼쳤다. 다미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유건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아얏.”
하지만 고통을 느낀 것은 다미였다.
“다미야!”
따귀의 파동도 고통도 없는 트랜스휴먼 유건이었다. 다미가 아픈 손을 털어냈다. 다미는 유건 앞으로 다가간 그 열 걸음에는 의식하지 못했으나, 뺨을 때리고서야 그가 로봇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낯섦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떨리는 손으로 유건의 얼굴과 몸을 미끄러지듯 더듬었다. 완벽한 그녀의 남자였고 살아 움직였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다미는 유건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툭툭 내리쳤다.
“나를 두고 어떻게……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다미가 울먹였다. 그가 살아 돌아오는 이 시간까지 다미는 지옥을 홀로 걸었다. 피가 말랐다.
“미안해. 나……죽은 거지?”
다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건이 다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다미가 유건의 가슴에서 빠져나와 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진짜 자기 맞는 거지?”
유건이 다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 한 달 사이 다미의 건강했던 피부가 푸석하고 야위었다. 몇 날을 운 건지 그녀의 눈두덩이는 실핏줄이 터지고 부어있었다. 유건의 부드러운 실리콘 손가락이 다미의 볼을 어루만졌다.
“다신 떠나지 않을게. 영원히.”
영원할 것이라 믿었는데 영원하지 못했고, 그랬기에 영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포옹하며 새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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