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01

노유건 님의 트랜스휴먼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by 성요셉



노유건 님의 트랜스휴먼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고급 타운하우스가 완만한 구릉지에 바다를 조망하며 늘어서 있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되었고, 사람들과 애완동물,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다미의 집은 타운하우스 가장 위쪽에 위치했다. 마당이 있는 2층 구조로 통유리가 콘크리트 벽보다 더 넓은 온실 같은 주택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건축 스타일이었다. 간단한 조작으로 유리에 색을 넣거나 다양한 이미지 및 영상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 sns 프로필 바꾸듯 교체가 쉬웠다. 타지마할, 미술품, 애완견 이미지 등 집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났고, 멀리서 보면 실제 건축물처럼 보였다. 다미의 집은 투명한 유리벽을 그대로 두어 하늘이 반사되게 하였다. 투명이지만 밖에서 안이 보이지는 않았다.


넓은 거실은 호박빛 석양을 그대로 빨아들였다. 다미는 소파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오래된 영화 ‘러브레터’를 온종일 돌려보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호박빛은 거실 벽을 장식한 유건과 다미의 사진들을 훑고 눈물로 얼룩진 다미의 볼에 잠시 머물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주인공 히로코가 설산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쳤다. 저 산 너머 어딘가에 주검으로 얼어있을 연인을 부르며 오열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볼 때마다 다미도 오열했다.


“자긴 안 슬퍼?”


다미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유건의 환영이 말을 걸었다. 환영 속 유건은 화장지를 둘둘 말아 눈물을 닦으며 눈가가 건조한 그 옛날 다미를 바라보았다. 그때의 다미는 지금과 다르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지루해했다.


“첨엔 슬펐지. 옛날 영화를 다섯 번째 보는데, 계속 슬픈 자기가 눈물 과잉이지.”


다미의 말대로 유건은 감정 과잉이었다. 슬픈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처음처럼 눈물을 쏟았다. 초겨울 마당에 핀 민들레꽃을 보고 가엽다며 울상이었고, 십 년을 사용한 붓을 버려야 할 때도 추억 운운하며 울컥했다. 사물에도 감정을 불어넣는 사람이었고, 부유하는 먼지와도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였다. 유건의 세상에는 이야깃거리가 참 많았다.


다미는 핸드폰으로 찾은 설산 사진을 유건 눈앞에 가져다 댔다.


“눈 내린 산, 꼭 가보고 싶다.”

“이번 겨울에 가자.”

“추워서 싫다며.”


유건이 다미의 허리에 두 팔을 밀어 넣어 감싸 안았다.


“자기를 이렇게 품고 가면 따뜻하지롱.”


유건의 애교에 거실은 부부의 웃음소리로 꽉 채워졌다.

잠시 후, 유건의 환영은 두 사람의 웃음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현실의 다미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다미는 사라진 유건의 자리에 몸을 뉘었다. 그의 온기가 없었다. 다미는 힘없이 몸을 일으켜 유건의 화실로 향했다.


화실의 문을 앞으로 밀자 다미 발치로 붓이 또르르 굴러들었다. 바닥에는 유건의 주먹에 찢겨나간 캔버스가 어질러져 있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술병과 쓰러진 이젤을 세우면 또다시 유건의 환영이 등장했다.


“빌어먹을, 다 쓰레기야!”


목소리가 파열된 유건이 화실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림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신음했다. 다미가 문틀에 등을 기대고 진저리 치는 자신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유건의 환영을 바라보는 다미의 떨리는 입술 위로 눈물이 고였다가 턱밑으로 떨어졌다. 그의 고통이 전이된 듯 다미의 심장을 찌르고 폐를 짓눌러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때 핸드폰 알림음이 고통으로부터 다미를 구해냈다.


‘노유건 님의 트랜스휴먼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다미는 문틀에서 등을 떼어내고 눈물을 손바닥으로 쓱 닦아냈다. 일주일이나 늦은 문자였다. 늦어지는 시간만큼 불안감과 두려움이 다미를 괴롭혔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유건이 트랜스휴먼으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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