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02

장례식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by 성요셉




장례식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다미는 서둘러 아이씨뱅크를 방문했다. 여직원은 제작이 늦어진 연유를 설명하며 인수 서류를 내밀었다. 제품 문제가 아닌 주문이 밀려서라는 말로 다미를 안심시켜 주었다. 다미는 유건을 빨리 만나고 싶어 다급하게 사인을 했다. 다미의 조급함에 관심이 없는 직원은 여유로웠다.


“운이 좋으시네요. 남편 분은 생전 모습으로 한 달 정도 살 수 있잖아요.”

“네?”


다미는 한 달만 살 수 있다는 말인 줄 알고 바짝 긴장했다.


“테러에 자살에……결국 로봇법이 바뀌었네요.”


여직원은 바뀐 로봇법으로 인한 고객 이탈이 걱정되어 한숨을 내쉬었다.

다미는 유건이 트랜스휴먼에 가입하자고 했을 때, 먼 훗날을 위한 대비라고 생각했다. 그날이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 몰랐고 관련 정보도 늦게 접했다.


“그럼 어떻게 변하는 거죠?”

“트랜스휴먼은 3D영상으로 된 두상으로 교체되고, 인간형 로봇은 초기 로봇처럼 단순 그래픽으로 된 두상으로 교체 돼요.”

“사람과 로봇 구분이 쉽겠네요.”

“약자인 인간을 보호하고 로봇과 사람을 혼동하지 않도록. 그게 목적이니까요.”


트랜스휴먼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범죄에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생전의 모습과 똑같으니 예상 못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고, 강력하고 우월한 육체를 갖기 위해 자살로 트랜스휴먼이 되는 자도 늘어났다. 타살로 죽었을 경우 복수가 비일비재했고, 결혼이란 사회적 테두리가 무의미했으며, 트랜스휴먼이 된 부자들은 더 이상 자식에게 상속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영원히 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거머쥐려 했다.

결혼도 자식을 낳을 이유도 없었다. 트랜스휴먼 회사인 아이씨뱅크는 그런 문제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객이 늘어났다. 트랜스휴먼 가입은 부의 상징이었고 사람들은 트랜스휴먼이 되기 위해 돈을 모았다. 의료 시스템도 개발의 속도가 늦춰졌다. 늙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쓰느니 트랜스휴먼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인간 같은, 인간보다 더 우월한 트랜스휴먼이 인간을 위협했다. 그리하여 새로운 로봇법이 필요했고, 법은 늘 기술의 꽁무니를 쫓았다. 새로운 로봇법은 인간 얼굴의 로봇은 생산을 금지하고, 이전의 트랜스휴먼도 머리를 교체하는 것이다. 인간은 로봇의 신이었으나 로봇보다 약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보호가 필요했다. 피조물로부터 창조주를 지켜야 하는 하극상이었다.


다미가 노유건 사망 사유란에 잠시 멈칫하더니 ‘실족사’라고 썼다. 서명을 마친 다미가 직원에게 태블릿 서류를 내밀었다.


“관리자는 언제든지 말소 가능하니까 문제 시 연락 주세요. 자세한 사항은 가이드로 확인하시고요.”


다미는 직원의 건조한 말투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로봇은 옆방에 준비됐습니다.”


결국 참지 못해 직원을 똑바로 응시하며 성토하듯 말했다.


“로봇 아니고, 노유건 씨죠.”


서러움이었는지 뭐였는지 다미는 속상함을 앙칼진 목소리로 드러냈다. 직원은 잠시 당황하더니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 죄송합니다. 장례식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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