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신 와중에도 제 장례식에 와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유건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또 한 번 술렁거렸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변하지 않는 명제가 있었습니다. 인간은 죽는다. 우리는 삶을 생각하려면 죽음을 고찰해야 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 명제가 바뀌었습니다. 삶을 생각하려면 영생을 고찰해야 한다로요. 비록 몸은 로봇이지만 여러분이 기억하시는 유건의 인격과 기억은 모두 그대롭니다. 몇몇 분들은 이런 저를 받아들이지 않으시겠죠. 그분들의 생각을 존중합니다. 제 기억은 한 달 전 뇌를 스캔하러 간 것까집니다. 그 이후 기억은 없으니까 혹시라도 이후 제게 돈을 빌리신 분은 꼭 갚아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유건의 유머에 웃음소리를 흘렸다.
“술 마시고 실족사라니. 저도 사고 소식 듣고 놀랐습니다. 아, 저 이제 술 담배 끊었습니다. 보시다시피 효과가 없어서죠.”
장내에 웃음소리가 크게 번졌다. 장례식은 두 사람의 인사로 짧게 마무리되었다. 식을 마치고 사람들이 부부에게 다가와 가볍게 조의를 표했다. 장례식이니 위로를 해야 했으나 다시 살아난 것이니 축하를 곁들였다.
그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강큐레이터와 김관장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큐레이터는 삼십 대 초반으로 윤기 나는 검은 생머리를 단정하게 아래로 묶었다. 검은 바지 정장을 입어 깔끔하고 단아해 보였다. 반면 사십 대 중반의 김관장은 보랏빛 머리색에 짧은 커트를 했고 화려한 화장 아래로 노란색과 검은색 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었다. 그녀에게 컬러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장례식이라고 우중충한 검은색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를 보고 힐끗거리는 사람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키를 좀 키운 거 같지? 근육도 늘고……업그레이드 많이 했네. 그럼……그것도? 밤일은 죽이겠군.”
김관장의 수위 높은 수다에 강큐레이터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머, 관장님.”
“말 그대로 머신이잖아. 섹스 머신.”
강큐레이터는 속으로 ‘얘 또 이런다’며 구시렁거렸다. 김관장은 강큐레이터가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유건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면서 흥미로워했다. 욕심을 냈던 남자였는데 김관장의 욕망을 더욱 자극시켰다. 하지만 장례식에서 그 욕망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기회는 언제든 잡을 수 있었고, 타이밍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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