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06

by 성요셉



달라진 그


다미와 유건의 침대는 매일 밤 뜨거웠다. 정신없이 엉겨 붙어 체위를 바꿔가며 서로를 탐닉했고 신음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달궜다. 마치 첫날밤을 보내듯 격정적이었다. 다미가 절정에 다다르자 유건은 다미 골반을 감싼 팔을 서서히 풀었다. 다미는 유건의 가슴 위에서 숨을 골랐다. 거침 숨은 한참 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다미는 숨이 차 헐떡이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유건은 그녀의 뒷모습을 허전하게 바라보았다. 유건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이 혼미한 다미와 달랐다. 유건은 저 여자가 이리도 잠자리에 적극적이었나 싶었다. 유건이 만족한 것은 그녀를 절정에 이르게 했다는 성취감뿐이었다.


욕실 거울 앞에 선 다미가 땀에 흠뻑 젖은 자신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았다. 붉은 볼에 손을 가져다 대고 그 아래 심장으로 옮겼다. 입술을 혀로 감싸듯 핥았다. 다미는 만족스러운 듯 수줍게 미소 짓더니 샤워기를 틀어 몸을 적셨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유건은 다미가 샤워하는 동안 머릿속에 내장된 컴퓨터를 통해 그동안의 뉴스를 검색했다. 그가 컴퓨터를 볼 때 눈빛은 푸른색이었다. 유건의 시선으로 여러 매체 영상이 넘겨졌다. 사건 사고, 주식, 정치, 연애 기사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로봇으로 인한 테러, 살인 등 부작용 기사와 로봇법 개정안 통과 내용에서 멈췄다.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샤워를 마친 다미가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와 이불속으로 미끄러졌다. 다미가 수건을 이불 밖으로 꺼내며 물었다.


“뭐 해?”


유건의 눈빛이 정상화되어 다시 검은 눈동자로 돌아왔다.


“기사 봤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서.”


다미가 옆으로 눕고 유건의 눈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컴퓨터가 머리 안에 있으니 편하겠다.”


유건이 다미의 허리를 팔로 말아 쥐고 가슴에 가볍게 키스했다.


“전에는 이렇게 소리 지르지 않았잖아.”


다미는 순간 부끄러워 시선을 피했다.


“자긴 느낄 수 없다며. 왜 그렇게 적극적이야?”

“자기 흥분하는 모습 보는 게 좋아.”

“보는 것만?”

“응 아쉽게도 그래.”


유건이 옆으로 누운 다미에게 팔베개를 했다. 다미는 유건의 품에 푹 안겨 눈을 감았다. 고작 한 달이었는데 천년 보다 오랜 시간을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의 몸에서 나는 실리콘 향이 다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지만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전의 유건과 지금의 유건이 다르게 느껴지는 일은 세세하게 늘어났다. 두 사람은 매일 아침 강변에서 조깅을 했는데 땀에 젖고 숨이 찬 다미와 달리, 유건은 땀도 흘리지 않고 숨도 차지 않았다.


“자긴 운동 필요 없잖아.”

“운동은 정신 건강에 더 좋아. 그리고 매일 같이 하던 거 자기 혼자 하면 심심하잖아.”


다미는 변함없는 그의 목소리와 말투가 만족스러웠다.


“자기 옆에 있으니까 나 엄청 허약하게 느껴진다.”


유건이 다미 팔뚝을 가볍게 찔렀다.


“사모님, 보세요. 소도 때려잡겠어요.”

“뭐시라?”


다미가 습관대로 웃으며 유건의 등짝을 빡 때렸다. 손바닥이 찌릿하게 아팠다.


“앗. 아.”

“미안, 아파? 맞는 데 힘 조절은 할 수 없잖아.”

“약 올라, 이젠 뭘로 떼찌 해주지?”

“입술. 입술 있잖아. 하하.”


다미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유건을 올려다봤다.


“왜? 나 뭐 잘못했어?”


유건이 다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동안 말이 없던 다미가 유건에게 고개를 내밀며 애잔하게 바라보았다.


“짝퉁 같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진짜. 자기 맞는 거 같아서. 너무 좋아서.”


다미의 볼을 타고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렸다.


“에이 바보, 왜 자꾸 울어.”


다미가 눈물을 훔쳐내고 금세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누가, 내가? 피이……집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나 내기.”


다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이 앞서 달려갔다. 다미가 양팔을 허리에 척 올리며 씩씩거렸다. 그의 육체적 능력이 달라졌다는 것을 자꾸 잊었다.


“하. 내가 지겠구나.”


유건이 뒷걸음으로 돌아서서 혀를 날름거렸다. 다미가 입술을 삐죽이자 유건이 다가와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은 기다란 해안 길을 웃음소리로 채워가며 나란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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