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07

by 성요셉



로봇 도우미


조깅을 마친 다미는 출근 준비를 했고 유건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했다. 파우더룸에서 외출복을 갈아입은 다미는 화장대에 놓은 핸드백과 핸드폰을 챙겼다. 화장대 왼쪽에는 유건의 화장품들이 놓였다. 다미는 이걸 어쩌지 싶어 잠시 고민했다. 트랜스휴먼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화장품들이었다. 다미는 골몰하듯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주방에서 유건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미는 생각을 미루고 주방으로 향했다.


유건은 상체 근육을 드러내고 파자마 바지만 입은 채 샐러드와 크림파스타를 만들어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 바질과 치즈로 장식을 했다. 이전의 유건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멋진 솜씨였다. 다미가 다가와 핸드백을 아일랜드 식탁에 올려놓고 음식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이게 자기 솜씨라고?”

“이 정돈 능력도 아니지.”

“생각도 못한 서비스네.”

“자기한테 잘 보여야지. 내 관리잔데. 확 말소하면 안 되잖아.”


다미가 코에 주름을 잡고 팔짱을 꼈다.


“그런 이유면, 재수 없다.”

“아, 수정. 부인의 편의와 건강을 위해.”

“늦었어. 이미 감점이야.”


다미가 식탁에 몸을 기대고 포크를 집어 파스타 면을 말았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면을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다진 고추를 넣어 매콤하면서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혀를 즐겁게 했다. 다미의 소감을 기다리는 유건은 자신 있다는 듯 턱을 괴어 다미를 올려다봤다.


“맛도 죽이지?”


다미는 고개 끄덕이며 의자에 제대로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유건은 맛있게 먹는 다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행복이면서도 안심이었다. 다미가 마지막 샐러드까지 깔끔하게 먹고 차에 몸을 실어 출발할 때까지 유건은 긴장했다. 다행히 시작은 순조로웠다. 유건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에 뿌듯했다.


거실로 돌아온 유건은 눈동자를 푸른색으로 바꾸고 집안의 가전 기기들을 작동시켰다. 그의 뇌 속에 있는 컴퓨터가 집안의 모든 기기들과 연동되었다. 음악을 틀고 청소기를 돌렸다. 식기들은 세척기에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늘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다미가 퇴근할 때에 맞춰서 겨우 했던 집안일이었다. 베란다의 화초들은 생장 상태를 파악해서 물을 주었다. 그간 관리가 되지 않아 말라비틀어진 화초는 뿌리를 캐내어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나 이제 로봇 도우민가?”


유건은 자신의 정체성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유건은 잠시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매끈했다. 붓을 집어 들어 굳은살이 베었던 이전의 손가락이 아니었다. 물감이 베어 지저분했던 손톱도 말끔했다. 유건은 안방 침구를 가지런히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자 부드러운 머리칼이 몇 가닥 바닥으로 떨어졌다. 실리콘 두피에서도 머리카락은 빠져나왔다. 조금은 인간적인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시 자라는 머리카락이 아니라서 숱이 줄어들면 아이씨뱅크로 가서 AS를 받는 점이 달랐다. 습관적으로 화장대에 로션을 손에 쥐었다. 기억 속에 습관도 저장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유건은 이걸 발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팔을 들어 겨드랑이 냄새를 맡았다. 실리콘 향이었다. 코를 찡그렸다. 로션 대신 향수가 필요했다. 유건은 다미의 화장품대를 뒤적이다가 향수를 들어 겨드랑이에 뿌렸다. 실리콘 향보다 훨씬 나았지만 흡족하지는 않았다. 유건은 목에 두른 수건을 세탁통에 던져 놓고 벗어둔 조거팬츠와 흰 티셔츠를 입었다. 헐렁했던 옷이 팽팽하게 당겨져 몸에 꽉 끼었다. 가슴의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옷 위로 봉긋 드러났다.


집안일을 마친 유건은 화실 문을 열었다. 지저분했을 화실을 다미가 정리해 놓아 깔끔했다. 이젤 위에는 다미를 그리다가 만 그림이 있었다. 유건은 그림 앞에 서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봤다. 눈동자가 다시 푸른빛으로 변했다. 유건은 아주 오랜만에 붓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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