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갈등의 단계

다섯 단계로 나누는 갈등의 심각성, 그리고 이를 위한 빌드업

by 이다유

갈등은 이야기의 심장이다.

하지만 갈등을 “있다 / 없다”의 이분법으로만 다루면, 이야기는 늘 비슷한 톤으로 흘러가기 쉽다.

좋은 이야기일수록 갈등은 단순히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단계를 밟아 올라가며 심각성을 높여간다.

이번 글에서는 갈등을 다섯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인물의 행동, 말투, 심리,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이 단계를 어떻게 빌드업할 것인지 구체적인 장치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왜 갈등의 단계를 나누어야 하는가

갈등이 단계를 거치며 커져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훨씬 큰 몰입을 준다.

• 왜냐하면 인물의 반응이 점진적으로 격화되기 때문이다.

• 독자는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이른 인물을 보며 감정적으로 깊이 빠져든다.

또한 단계별 갈등 구분은 작가에게도 큰 이점이 있다.

• 장면 설계 시 “지금 이 갈등은 몇 단계인가?”를 의식하면,

• 인물의 말투, 태도, 사건의 크기를 조율할 수 있다.

갈등의 다섯 단계

① 미세한 불협화음 (Tension)

• 표면상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 그러나 인물의 표정, 말투, 미묘한 단어 선택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 인물들은 아직 갈등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예시

“아니야, 아무것도 아냐.”

(하지만 손끝이 떨리고 있다.)

빌드업 장치

• Subtext (행간에 숨은 감정)

• 어색한 침묵

• 반복되는 작은 신경질

② 작은 충돌 (Minor Conflict)

• 갈등이 구체적인 언쟁이나 태도로 드러난다.

• 그러나 감정 폭발로 이어지지 않고, 일단 봉합된다.

• 인물들은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예시

“왜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해?”

“그런 식이라니? 네가 예민한 거 아냐?”

빌드업 장치

• 갑작스러운 톤 변화

• 날 선 단어 하나

• 불편하게 흐르는 대화

③ 심리적 균열 (Inner Rifting)

• 갈등이 인물 내면에서 깊어지며, 심리적 부담으로 쌓인다.

• 겉으로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독자는 인물이 점점 한계로 몰리고 있음을 느낀다.

• 관계의 틈도 눈에 띄게 커진다.

예시

“괜찮아.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눈엔 눈물이 고여 있다.)

빌드업 장치

• 독백, 내적 갈등의 드러남

• 무언가를 회피하려는 행동

• 극도의 말수 감소 혹은 과도한 수다

④ 노골적 충돌 (Major Conflict)

• 갈등이 폭발한다.

• 큰소리, 눈물, 물리적 충돌 등 외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 관계가 결정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지점.

예시

“내가 언제까지 참을 줄 알아?!”

“그래, 결국 네 본심이 그거였지!”

빌드업 장치

• 도발적인 언행

• 숨겨온 비밀의 폭로

• 감정의 한계선 돌파

⑤ 돌이킬 수 없는 단절 (Irreversible Break)

• 이제 갈등은 수습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 관계가 파탄나거나, 인물의 가치관이 완전히 붕괴된다.

• 이야기의 큰 전환점이 되며, 서사의 정점에 위치한다.

예시

“다신 너 안 볼 거야.”

혹은

“그래, 난 이제 네 편이 아니야.”

빌드업 장치

• 최후통첩

• 감정 단절 선언

• 행동으로 옮겨지는 파국적 선택

갈등 단계를 활용하는 법

이 다섯 단계는 단순히 분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단계를 서서히 올라가게 만드는 과정이다.

“지금 이 장면은 갈등의 몇 단계인가?”

“앞선 장면보다 심각성이 높아졌는가?”

“인물의 말투, 표정, 행동은 단계에 맞게 달라지고 있는가?”

이 질문을 수시로 점검하면, 이야기는 단선적이지 않고 리듬과 상승곡선을 가진다.

작은 실습

마지막으로 작은 실습을 제안한다.

아래처럼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을 다섯 단계로 발전시켜보자.

상황: 연인이 약속을 어겼다.

① 미세한 불협화음

→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좀 늦었을 뿐이잖아.”

② 작은 충돌

→ “너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③ 심리적 균열

→ (속으로) “혹시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④ 노골적 충돌

→ “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 있지?”

⑤ 돌이킬 수 없는 단절

→ “이제 끝내자. 우리 둘 다 더는 못 버틸 것 같아.”

이렇게 하나의 갈등이 다섯 단계를 거치며 어떻게 커질 수 있는지 연습해보길 권한다.

마무리하며

갈등은 이야기의 불꽃이다.

하지만 그 불꽃은 서서히 타올라야 진짜 무섭고 아름답다.

이 다섯 단계는 갈등의 온도를 올리고, 독자에게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숨죽인 기대를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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