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갈등의 씨앗

인물의 내적·외적 빌드업

by 이다유


이야기는 결국 갈등에서 시작되고, 갈등에서 끝난다.


하지만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늘 작은 균열에서부터 싹이 튼다.


그 균열이 자라고 뒤틀리고 부풀어 오를 때, 우리는 그것을 이야기라고 부른다.


오늘은 바로 그 갈등의 씨앗을 어떻게 심고 키워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이것은 아직 갈등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전, 서사적 땅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이야기의 뿌리 같은 것이다.






갈등은 인물의 모순에서 피어난다


우리는 이미 ‘욕망하는 인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욕망은 흔히 단순하지 않다.


같은 인물 안에 두 가지 상충된 욕망이 공존하는 순간, 이야기는 비로소 빛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두려운 마음


정의를 지키고 싶지만, 자신의 안전이 먼저인 현실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



이처럼 인물은 늘 모순 덩어리다.


이 모순이 바로 갈등의 가장 깊은 뿌리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결국 **“이 인물은 이 두 마음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외적 사건은 내적 모순을 자극해야 한다


내적 모순만으로는 갈등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


그 모순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 외적 사건이다.


외적 사건은 흔히 두 가지 방향으로 작동한다:



인물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기회가 주어진다.


예: 승진의 기회, 사랑의 고백, 가족을 구할 방법




인물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사건




인물이 피하고 싶은 것을 정면으로 마주친다.


예: 과거의 적과 재회, 숨기고 싶은 비밀이 드러남, 믿었던 사람의 배신



이 외적 사건이 인물의 모순된 마음을 동시에 자극할 때, 이야기는 깊은 갈등으로 향한다.






작은 균열, 작은 신호


갈등은 언제나 미세한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아래 같은 작은 사건들이 사실은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씨앗이 된다.



애써 웃으며 던진 농담 뒤에 스친 잠깐의 공허한 표정


상대방의 말에 한 박자 늦은 “응”


문득 술잔을 내려놓고 멍하니 먼 곳을 보는 눈빛


누구도 없는 방에서 몰래 쥐고 있는 작은 물건



이 작은 디테일들은 인물의 내부 전선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독자는 아직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감지한다.


“무언가 불길하다”는 예감을.






갈등 빌드업의 서사적 도구


갈등의 씨앗을 키우기 위해, 작가는 아래와 같은 도구들을 활용한다.


1. 복선 (Foreshadowing)



이야기 앞부분에 작게 심어 두는 갈등의 단서


예: “넌 나중에 날 원망하게 될 거야.” 라는 대사


독자에게 “그 일이 결국 터질 것”이라는 긴장감을 심어 준다.







2. 암시 (Subtext)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행간에서 풍기는 긴장감


예: “아무 일도 없어”라고 말하며 손이 떨리는 인물







3. 관계의 틈새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이던 관계 안에 조그만 불협화음을 심는다.


예:


연인의 대화 중, 미묘하게 달라진 눈빛


사소한 농담이 갑자기 상대를 자극하는 순간







4. 반복되는 패턴



갈등의 씨앗이 반복적으로 조금씩 커져 가는 구조


처음에는 작게 지나갔던 갈등이


→ 두 번째에 더 심각해지고


→ 세 번째에 결정적 폭발로 이어진다.







실전 체크리스트: 갈등의 씨앗 설계하기


갈등의 빌드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아래 질문들을 인물에게 던져보길 권한다.



이 인물 안에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욕망은 무엇인가?


이 두 욕망 중, 지금은 어느 쪽이 우세한가?


외적 사건이 이 두 욕망을 동시에 흔드는 장면은 무엇인가?


인물은 왜 그 사건 앞에서 망설이거나 흔들리는가?


갈등의 작은 신호를 어떤 미세한 디테일로 보여줄 수 있는가?


작은 균열을 독자가 감지할 수 있도록 어떤 장치를 심어둘 것인가?






작은 실습: 당신의 인물에게 물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작은 실습을 남긴다.


당신이 만든 인물에게 이런 문장을 던져보자.






“너는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이야?

그런데 왜 그걸 스스로도 숨기고 있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두 개로 갈린다면,


이미 그 안에 갈등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마무리하며


갈등은 단순히 큰 사건이나 폭력적인 충돌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말없이 자라고 있는 긴장이다.


작가는 그 긴장을 미리 심고, 키우고, 독자로 하여금


“곧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을 느끼게 한다.


갈등의 씨앗은 결국 인물의 내면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흔드는 것이 사건이며,


그 흔들림이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오늘 당신의 이야기에는 어떤 작은 균열이 심어져 있는가?


그 물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6. 인물 창조 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