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인물 창조 실습

:캐릭터 시트 설계하기

by 이다유


이제까지 우리는 인물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구성되고 왜 중요한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인물은 이야기의 출발점이며, 욕망하고 갈등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막상 인물을 만들고 싶을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식으로서 ‘캐릭터 시트’를 소개하려 한다.


이것은 단순한 프로필 작성이 아니다.


인물을 구조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며, 동시에 이야기 전체를 조율하는 설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캐릭터 시트란 무엇인가


캐릭터 시트는 말 그대로 인물 설계의 정리표다.


겉모습, 성격, 과거, 욕망, 상처, 세계관, 관계, 기능, 변화까지—이야기 속 인물을 이루는 핵심 요소들을 정리해두는 방식이다.


이는 글쓰기 도중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참조 지도’와 같다.


많은 초보 작가들은 이야기를 쓰다 말고 다시 인물의 성격을 바꾸거나, 설정을 뒤엎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대개 인물의 내부 논리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시트는 바로 그 점을 돕는다.


‘이 인물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 서사적으로 납득 가능한 흐름을 만들어주는 구조다.






캐릭터 시트 항목 예시


여기서는 서사 중심 인물 하나를 설계하기 위한 기본 항목들을 제시한다.


이 항목들은 필요에 따라 늘어나거나 축소될 수 있으며, 각 항목은 ‘설정’이 아니라 ‘이해’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 정보




이름, 나이, 직업, 외형적 특징


외부에서 보이는 이미지 vs. 실제 성격




현재 상태




지금 이 인물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가장 절박한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욕망과 목표




인물이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외적으로 드러나는가, 내면에 숨겨져 있는가?


그 욕망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결핍과 트라우마




인물의 욕망을 만들어낸 결핍은 무엇인가?


그것을 형성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트라우마)은 무엇인가?


현재의 사고방식과 감정 반응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가?




세계관




이 인물은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그 믿음은 언제, 어떤 사건으로 형성되었는가?


이야기를 통해 그 세계관은 유지되는가, 흔들리는가?




주요 관계




조력자, 반대자, 감정적 중심 인물은 누구인가?


그들과의 관계는 이야기 내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야기 속 기능




이 인물은 이야기 안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주인공 / 반대자 / 조력자 / 교란자 등)


이야기의 핵심 사건에 어떻게 개입하는가?




변화의 궤적




처음 등장할 때 이 인물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사건을 겪으며 그것이 도전받는가?


마지막에 이 인물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가?






예시로 그려본 한 인물


이제 위의 틀을 바탕으로, 아주 간단한 예시를 통해 인물 하나를 구상해보자.






이름: 도윤 / 32세 / 대학병원 레지던트


현재 상태: 어머니 병간호와 격무 속에서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중


욕망: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결핍: 반복적으로 기대는 어머니 아래에서 ‘기둥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


트라우마: 아버지의 자살 이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믿게 됨


세계관: "누구도 기댈 수 없다. 약한 감정은 무력으로 이어진다"


관계: 인턴 후배의 극단적 선택 → 도윤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극


기능: 주인공. 병원 내 사건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세계관을 다시 마주하게 됨


변화: ‘기둥’이 되려 애쓰던 인물이, 마침내 울 수 있게 되는 이야기







캐릭터 시트는 ‘설정’이 아니라 ‘논리’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항목들이 ‘꾸며낸 이력서’가 아니라


이 인물이 왜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 어떻게 이야기를 움직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내적 논리라는 점이다.


시트를 작성하면서도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인물은 무엇을 원하고, 왜 그렇게 절박한가?


어떤 과거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이 인물은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혹은 끝내 배우지 못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제 인물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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