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위한 기능적 충돌
드라마티카 이론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쿼드(Quad)**다.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면, 단순히 '재미있는 캐릭터'를 넘어 이야기를 밀고 당기며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인물들 간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쿼드란 무엇인가?
‘쿼드’는 드라마티카 이론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네 가지 기능적 요소의 상호작용 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인물군(Character Class)에서는 다음 네 인물 유형이 쿼드를 이룬다:
Protagonist (주인공) –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추진자
Antagonist (적대자) – 주인공의 목표에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존재
Guardian (수호자) – 조언과 도덕적 지침을 제공하는 인물
Contagonist (교란자) – 유혹하거나 회의에 빠뜨려 주인공을 딴 길로 이끄는 존재
이 네 인물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이야기 안에서의 기능적 역할을 나타낸다.
드라마티카는 이들이 서로 충돌하고 균형을 이룰 때, 서사적으로 완결된 갈등 구조가 생성된다고 본다.
쿼드는 왜 중요한가?
현대 서사이론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란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서 인물은 늘 ‘선택’을 강요받고, 갈등하며, 방향을 잃었다가 다시 길을 찾는다.
그때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드는가?, 누가 영향을 주는가?, 무엇이 방해하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쿼드에 들어 있다.
드라마티카는 이야기란 고립된 인물이 독백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기능이 나뉜 네 인물 간의 충돌과 상호작용에서 만들어지는 흐름이라 본다.
즉, 인물들 간의 ‘역할 분담’이 곧 이야기의 뼈대인 셈이다.
쿼드는 이야기 전체에 반복적으로 적용된다
드라마티카는 쿼드 구조가 단지 인물군에서만 작동한다고 보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란, 인물 · 사건 · 주제 · 정서 전반에 걸쳐 동일한 네 갈래 구조가 층층이 중첩되어 있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이 네 영역은 다음과 같다:
Character Quad (인물군) – 이야기의 외부 갈등을 구성한다
Plot Quad (사건구조) – 갈등의 진행과 변화를 보여준다
Theme Quad (주제구조) – 갈등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가치관의 대립
Genre / Mode Quad (정서/톤) – 독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설계한다
이 각각의 층위는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상호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물 쿼드에서 Guardian과 Contagonist의 충돌이
사건 쿼드에서는 갈등의 분기점을 만들고,
주제 쿼드에서는 도덕적 선택과 자기기만의 문제로 확장된다.
예시: 『쥬라기 공원』 속 쿼드 구조
『쥬라기 공원』은 주제와 이야기, 인물, 장르가 모두 쿼드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Protagonist (앨런 그랜트 박사): 공원에서 탈출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주된 추진력
Antagonist (공룡 + 존 해먼드의 오만한 과학): 혼돈과 위기의 근원
Guardian (말콤 박사): 과학의 윤리적 한계를 지적하고 균형을 경고
Contagonist (네드리 / 공원의 기술 시스템): 유혹과 통제 실패를 유발하는 교란자
이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의 위기와 선택을 유도하며, 이야기 전체를 역동적으로 만든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들 네 역할이 단일 인물이 아니라 복수 인물로 분산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 캐릭터가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에피소드마다 기능이 교체되기도 한다.
이는 쿼드가 '유형화된 틀'이 아니라 '작동 원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쿼드는 창작자의 '설계 도면'이다
당신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면, 이제 이렇게 물어보자:
내 주인공(Protagonist)은 무엇을 원하며, 그것을 밀고 나가는가?
그 목표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존재(Antagonist)는 누구인가?
주인공에게 도덕적 조언이나 신념을 심어주는 Guardian은 있는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딴 길로 빠지게 만드는 Contagonist는 누구인가?
이 네 질문에 대한 답만 나와도, 이야기의 중심축은 거의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인물군뿐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서 반복된다.
그렇기에 쿼드는 단지 인물의 유형이 아니라, 이야기의 운동 방식 그 자체다.
마무리하며: 쿼드는 이야기의 네 개의 다리
쿼드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를 바닥에서부터 지탱해주는 네 개의 다리에 가깝다.
네 다리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서사는 기울고 만다.
지금 당장은 복잡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로 적용해보면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당신이 만든 이야기에 인물 네 명이 있다면, 그들 사이의 ‘기능적 충돌’은 어떤가?
그 충돌은 이야기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쿼드를 이해한다는 건 바로 이런 질문을 하는 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