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갈등 심화와 폭발

갈등을 실제로 어떻게 키우고 터뜨릴 것인가

by 이다유

갈등은 이야기의 심장이다.

하지만 심장이 단숨에 최고 속도로 뛸 수는 없다.

갈등 역시 한순간에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심화되고, 마침내 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은 바로 그 갈등의 심화와 폭발을 다루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갈등이 생생하게 자라고,

독자가 숨죽여 지켜보게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갈등은 ‘심화 → 압축 → 폭발’의 과정이다


갈등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점층적 구조를 가져야 한다.

이를 나는 세 단계로 나누어 보고 싶다.



1. 심화 (Deepening)


처음에는 작은 모순, 작은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것이 점점 깊어지면서, 인물의 내면을 잠식한다.

이 단계에서 갈등은 주로 심리적 긴장으로 쌓인다.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눈동자가 흔들린다.

예전엔 웃어넘기던 농담에 미묘하게 반응이 달라진다.


이 심화의 단계에서는 아직 큰 폭발은 없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긴장감을 느낀다.



2. 압축 (Compression)


갈등은 이제 감정적으로 쌓이고, 사건적으로 좁혀진다.

•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편을 나눈다.

• 이전에는 피할 수 있던 선택지가, 이제 더는 피할 수 없어진다.

• 인물의 감정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 압력이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

(하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은 표정.)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반복과 변주다.

같은 갈등이 반복되되, 점점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



3. 폭발 (Explosion)


마침내 갈등은 폭발한다.

이제 인물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관계는 갈라지고, 숨겨왔던 진실이 드러나며, 이야기의 국면이 완전히 바뀐다.


“그래. 나도 이제 지쳤어.”

“그 말, 다시는 하지 마.”


폭발의 순간은 이야기의 가장 강력한 클라이맥스 중 하나다.

그리고 그 폭발은 독자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을 주어야 한다.



갈등 심화의 핵심 장치들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쓰이는 구체적인 서사 장치들을 살펴보자.



1.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


같은 대사나 행동이 반복될수록, 그 안에 담긴 긴장감은 커진다.


“괜찮다”는 말을 네 번쯤 반복하는 순간, 독자는 눈치챈다.

“이 사람은 괜찮지 않구나.”



2. 작은 사건들의 축적


갈등은 결코 한 번에 커지지 않는다.

작은 사건들이 쌓여, 어느 순간 큰 폭발로 이어진다.


• 한 번은 눈길을 피했다.

• 두 번째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 세 번째는 말을 돌렸다.

• 그리고 네 번째, 결국 울컥 터졌다.



3. 관계의 전복


갈등은 관계의 위치가 바뀔 때 극대화된다.


• 늘 강하던 사람이 약해질 때

• 언제나 수동적이던 인물이 폭발할 때

• 지켜주던 존재가 등을 돌릴 때


이 전복의 순간이 이야기의 고조를 만든다.



4. 감정의 누락


폭발 직전, 인물은 종종 감정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그 억누른 감정이 더욱 크게 전달된다.


“진짜 괜찮다니까.”

(그 말이 거짓임을 독자는 안다.)



갈등 심화의 서사적 질문


갈등을 폭발시키기 위해, 작가는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 지금 이 갈등은 심화 단계인가, 압축 단계인가, 폭발 단계인가?

• 인물은 왜 이 갈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가?

• 이 갈등을 키우기 위한 작은 디테일은 무엇인가?

• 폭발의 순간, 독자가 예상한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 이 폭발이 이야기 전체에 어떤 전환을 가져오는가?



짧은 실습: 갈등의 곡선을 설계해보자


아래 상황을 가지고 갈등의 세 단계를 설계해보길 권한다.


상황: 두 친구가 함께 운영하던 작은 책방이, 갑자기 폐업 위기에 처한다.


① 심화

→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서로 웃지만, 대화가 자꾸 끊긴다.”


② 압축

→ “둘 다 방법이 있냐고 물으면서, 속으로는 상대가 책임지길 바란다.”


③ 폭발

→ “이 책방 네가 하자고 한 거잖아!”



마무리하며


갈등은 이야기의 불꽃이지만, 그 불꽃은 순간의 번쩍임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처럼, 미세한 열기가 쌓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물의 진심을 본다.


당신의 이야기는 지금 어느 단계에 서 있는가?

그 갈등은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 물음으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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