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심장
우리는 종종 이야기라고 하면,
먼저 ‘줄거리’를 떠올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흘러가는가?”
그 모든 질문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사건(Event)**이다.
하지만 사건이란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야기에서 사건은 그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인물을 흔들고, 선택을 강요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야기는 결국 변화를 다룬다.
그리고 변화는 늘 사건을 통해 시작된다.
“그날 그 전화를 받기 전까지, 내 삶은 평범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의 한마디가 내 세계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이처럼 이야기를 움직이는 것은
무언가가 일어나서, 인물이 흔들리고,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멋진 캐릭터도, 아무리 세련된 문장도 이야기로서 존재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사건은 단순히 일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사건 = 일어난 일 + 그 일에 대한 인물의 반응
예를 들어,
비가 내리는 것은 단순한 현상이다.
하지만 어떤 인물이 그 비를 맞으며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은 사건이 된다.
어떤 사건도 인물이 반응하지 않으면, 그건 이야기의 사건이 아니다.
인물의 반응이 있어야 비로소 사건은 서사의 심장이 된다.
좋은 사건은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이제 저 인물은 어떻게 할까?”
“왜 저런 반응을 보였을까?”
“앞으로 무슨 일이 더 벌어질까?”
이 질문이 생길 때, 독자는 이야기에 몰입한다.
사건이란 결국 새로운 불확실성의 씨앗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며, 서사가 뻗어나간다.
우리는 앞서 인물 편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란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거쳐, 새로운 지점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 문장 안에 이미 사건의 존재 이유가 들어 있다.
사건은 다음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인물의 내면을 흔든다 그 인물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을 시험에 들게 한다.
갈등을 증폭한다 이미 존재하던 균열을 더 크게 만든다.
변화를 촉발한다 인물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멋진 문장을 썼는데, 왜 이야기가 재미없지?”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우울해 있다가, 또 우울해 하고, 계속 우울하기만 하다면
그건 이야기의 ‘장면’은 될 수 있어도, 이야기 그 자체는 아니다.
이야기란 결국, 어떤 사건이 그 상태를 흔들고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야 비로소 ‘이야기’가 된다.
사건은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보고가 아니다.
그것은 인물을 시험하고, 흔들고, 변화시키는 힘이다.
이 사건의 힘이 살아 있을 때,
이야기는 독자에게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
감정과 사유의 여정을 안겨준다.
이제 곧,
우리가 만들어낼 사건이 어떻게 갈등을 낳고, 이야기를 밀어가는가를 함께 탐험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