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왜 발생하는가
사건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씨앗은 이미 인물 안에 있다.
오래전, 그가 자라온 환경 속에,
그가 보고 듣고 배운 세계 속에.
우리는 앞서 인물의 내면을 이야기했다.
가치관, 결핍, 트라우마.
이것들은 한 사람의 **‘세계 해석 방식’**을 만든다.
어떤 사람은 “세상은 안전하다”고 믿는다.
또 다른 사람은 “세상은 나를 버린다”고 느낀다.
누군가는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규칙을 가슴에 새긴다.
이 믿음들은 모두 성장 과정에서 온다.
가족의 말투, 학교에서의 경험, 친구와의 관계,
혹은 아무도 보지 않는 방 안에서의 긴 시간들.
이 배경들이 모여,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결정한다.
그리고 갈등은,
이 믿음이 시험대 위에 오를 때 발생한다.
“세상은 안전하다”고 믿던 사람이
가장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다면?
“세상은 나를 버린다”는 사람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진다면?
믿음과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
그 안에서 내적 갈등이 피어난다.
그리고 이 내적 갈등은 곧 외부의 사건을 불러온다.
혹은, 외부의 사건이 내적 갈등을 폭발시킨다.
인물의 욕망 역시 같은 구조를 따른다.
결핍에서 나온 욕망은,
반드시 그 욕망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부딪힌다.
어릴 적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돈을 벌 기회를 얻지만, 그것이 도덕적 신념과 충돌한다.
평생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 자리에 서기 위해 배신해야 할 친구가 있다.
이 부딪힘이 바로 갈등이고,
갈등이 깊어질수록 사건은 더 강하게, 더 거칠게 터져 나온다.
중요한 건,
사건의 시작점이 언제나 인물의 세계관과 성장 배경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사소한 말 한마디도
어떤 인물에게는 인생을 뒤흔드는 폭탄이 된다.
그 말이 그 사람의 오래된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건을 만들 때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인물이 가진 믿음과 욕망,
그리고 그것이 생겨난 뿌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그 뿌리와 정반대 방향에서 오는 힘을 맞부딪히게 할 때,
갈등이 폭발하고, 사건이 태어난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태어난 사건이 어떻게 크기와 깊이를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사건이 이야기 전체를 흔드는 축이 되는지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