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설계의 구조화된 이론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인물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주인공과 조연 사이의 관계는 어떤 구도로 설계해야 할까?
이야기가 흘러가며 인물이 변하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지?
이 모든 질문에 구조적 접근을 제공하는 이론이 있다. 바로 드라마티카(Dramatica) 이론이다.
처음 접하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 이론은 ‘이야기란 무엇인가’를 아주 깊이 고민한 결과물이며, 인물 설계에 굉장히 효과적인 프레임을 제공한다.
드라마티카 이론이란 무엇인가?
드라마티카 이론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때, 이야기 안에는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을 지닌 인물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충돌하고, 선택하며, 궁극적으로 문제를 통과해 나가는 과정을 서사로 본다.
드라마티카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인물을 크게 네 가지 역할로 나눈다:
주인공(Protagonist)
대항자(Antagonist)
주관적 관점 인물(Main Character)
객관적 관점 인물(Impact Character)
이 네 가지 틀을 이해하면, 인물을 단순한 역할 너머로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주인공과 대항자: 목표를 놓고 다투는 쌍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인공’과 ‘악역’의 구도다.
드라마티카에서는 이 둘을 ‘이야기의 목표’를 두고 다투는 중심축으로 본다.
주인공은 어떤 목표를 이루려는 사람이다.
예: 도둑을 잡고자 하는 형사, 사랑을 고백하려는 청년
대항자는 그 목표를 방해하거나 반대되는 목표를 지닌 인물이다.
예: 도둑, 라이벌, 혹은 사회적 장벽
이 두 존재는 이야기의 외부적 갈등 구조를 만든다.
이 갈등이 강할수록, 이야기는 긴장감을 얻는다.
주관적 관점 인물과 영향 인물: 변화와 충돌의 축
드라마티카의 진짜 핵심은 여기부터다.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곧 ‘이야기의 중심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드라마티카에서는 이 둘을 분리해서 본다.
주관적 관점 인물(Main Character)
이야기 속에서 감정적으로 중심이 되는 인물, 즉 독자가 동일시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보통 어떤 내적 갈등을 겪으며, 이야기 속에서 자기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 바꿀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객관적 관점 인물(Impact Character)
주관적 인물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 존재 자체가 주인공에게 도전과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주인공의 세계관을 뒤흔든다.
이 두 인물은 내면의 서사, 즉 변화의 축을 만든다.
예를 들어,
『쥬라기 공원』에서 그랜트 박사는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인물이 된다.
여기서 아이들과의 만남(=Impact Character 역할)이 그의 내면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드라마티카의 핵심: 고정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드라마티카 이론의 진짜 묘미는 여기에 있다.
주관적 관점 인물이 자기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야기의 핵심 드라마가 된다.
입장을 고수하는 인물은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입장을 변화하는 인물은 세상(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이 바뀐다.
이 선택은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반드시 갈등의 결과로 드러나야 하며, 그 선택이 서사의 정서적 클라이맥스가 된다.
정리: 인물 간 구조를 설계하라
드라마티카 이론은 인물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어떤 관점이 옳은가, 어떤 입장이 더 유효한가라는 문제를 중심에 둔다.
다음과 같이 요약해보자:
역할
기능
갈등 축
주인공
목표 추구
외적 갈등
대항자
목표 방해
외적 갈등
주관적 관점 인물
내적 갈등의 주체
내면 갈등
영향 인물
주인공의 입장에 도전
내면 갈등
그리고 이 네 인물은 때로 한 인물에 겹쳐서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주관적 관점 인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끔씩,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진짜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구조도 가능하다. (예: 『셜록』에서 왓슨이 독자의 감정이입 대상)
드라마티카는 왜 도움이 되는가?
이 이론이 유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물 간 관계의 균형을 설계할 수 있다.
단순한 ‘성격 묘사’가 아니라 서사 속 기능과 역할로 인물을 설계할 수 있다.
외적 갈등과 내면의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제부터는 단순히 “이 인물은 착한 캐릭터야” 같은 정의를 넘어서,
**“이 인물은 어떤 입장을 지닌 채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존재가 그를 흔드는가”**라는 식으로 생각해보자.
그럴 때, 당신의 인물은 훨씬 더 정교해지고 서사적으로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