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건의 크기와 깊이

좋은 사건의 조건

by 이다유

사건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그 무게는 전부 다르다.
어떤 사건은 한 장면 안에서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건은 이야기의 끝까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사건의 크기와 깊이다.

사건의 크기 — 외부 세계에서의 파장

사건의 크기는 이야기 속 ‘외부 세계’에서 일으키는 변화의 범위다.
한 사람의 일상을 뒤흔드는 일인지,
혹은 도시 전체, 나라 전체를 휩쓰는 일인지.

작은 사건: 친구와의 오해, 시험에서의 낙방


중간 사건: 직장에서의 해고, 연인의 배신


큰 사건: 대규모 재난, 국가적 음모, 혁명


사건의 크기가 반드시 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 크기가 인물의 삶과 욕망에 비례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오해가 전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사건의 깊이 — 인물 내면에서의 파장

깊이는 사건이 인물의 내면과 과거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를 말한다.
그가 가진 가치관, 결핍, 트라우마를 건드릴수록 사건은 깊어진다.

예를 들어,
길에서 스친 낯선 사람의 무심한 말이
어릴 적 아버지가 하던 폭언과 똑같았다면,
그 순간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오래된 상처를 찌르는 깊은 사건이 된다.

깊이가 큰 사건일수록 인물의 반응은 복잡해지고,
그 반응은 다음 사건을 더 강하게 끌어온다.

크기와 깊이의 조합

이야기의 긴장감은 크기와 깊이의 조합에서 나온다.


크고 깊은 사건



전쟁, 재난, 혁명처럼 외부 파장이 크고
동시에 인물의 내면을 무너뜨리는 사건.
→ 이야기의 중심축을 만든다.






크지만 얕은 사건



외부 세계에 큰 변화가 있지만,
인물의 내면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
→ 배경이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작지만 깊은 사건



외부 변화는 작지만, 인물의 가치관을 뒤집는 경우.
→ 섬세한 내면 변화를 그리는 장면에 적합하다.





좋은 사건의 조건

좋은 사건은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가 아니라,
그 일이 인물에게 무엇을 바꾸었는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인물의 욕망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가?


갈등을 한 단계 심화시키는가?


다음 이야기를 촉발하는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한다면,
그 사건은 이야기 속에서 반드시 기능한다.

마무리하며

사건은 크기와 깊이 중 하나만 커도 충분히 힘을 가진다.
하지만 크기와 깊이가 모두 강력하게 맞물릴 때,
그 사건은 독자의 기억 속에서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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