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건의 조건
사건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그 무게는 전부 다르다.
어떤 사건은 한 장면 안에서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건은 이야기의 끝까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사건의 크기와 깊이다.
사건의 크기는 이야기 속 ‘외부 세계’에서 일으키는 변화의 범위다.
한 사람의 일상을 뒤흔드는 일인지,
혹은 도시 전체, 나라 전체를 휩쓰는 일인지.
작은 사건: 친구와의 오해, 시험에서의 낙방
중간 사건: 직장에서의 해고, 연인의 배신
큰 사건: 대규모 재난, 국가적 음모, 혁명
사건의 크기가 반드시 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 크기가 인물의 삶과 욕망에 비례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오해가 전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깊이는 사건이 인물의 내면과 과거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를 말한다.
그가 가진 가치관, 결핍, 트라우마를 건드릴수록 사건은 깊어진다.
예를 들어,
길에서 스친 낯선 사람의 무심한 말이
어릴 적 아버지가 하던 폭언과 똑같았다면,
그 순간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오래된 상처를 찌르는 깊은 사건이 된다.
깊이가 큰 사건일수록 인물의 반응은 복잡해지고,
그 반응은 다음 사건을 더 강하게 끌어온다.
이야기의 긴장감은 크기와 깊이의 조합에서 나온다.
크고 깊은 사건
전쟁, 재난, 혁명처럼 외부 파장이 크고
동시에 인물의 내면을 무너뜨리는 사건.
→ 이야기의 중심축을 만든다.
크지만 얕은 사건
외부 세계에 큰 변화가 있지만,
인물의 내면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
→ 배경이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작지만 깊은 사건
외부 변화는 작지만, 인물의 가치관을 뒤집는 경우.
→ 섬세한 내면 변화를 그리는 장면에 적합하다.
좋은 사건은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가 아니라,
그 일이 인물에게 무엇을 바꾸었는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인물의 욕망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가?
갈등을 한 단계 심화시키는가?
다음 이야기를 촉발하는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한다면,
그 사건은 이야기 속에서 반드시 기능한다.
사건은 크기와 깊이 중 하나만 커도 충분히 힘을 가진다.
하지만 크기와 깊이가 모두 강력하게 맞물릴 때,
그 사건은 독자의 기억 속에서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