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흔히 이야기의 배경으로만 여겨진다. 인물이 움직이고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사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공간은 사건의 의미를 바꾸고,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며, 이야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하나의 사건도 공간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같은 고백이 교실 복도에서 이루어질 때는 청춘의 떨림으로, 병원 침대 곁에서 이루어질 때는 삶의 끝자락에서의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같은 다툼이 골목길에서 벌어질 때는 일상의 소동으로, 전쟁터의 참호에서 벌어질 때는 생존을 건 사투로 변한다. 공간은 사건의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인 것이다.
공간은 또한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눅눅하고 어두운 방은 인물의 불안을 드러내고, 탁 트인 광장은 욕망과 집단적 에너지를 표출하게 만든다. 인물이 어떤 공간에 서 있는지는 그 인물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며,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암시하는 것이다.
결국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질문이다. “이 장소에서 너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인물은 그 질문에 답하듯 행동하고, 사건은 그 답변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이야기를 쓰는 이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공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인물의 표정과 사건의 무게를 바꾸는 것이며, 그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이제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이 챕터를 완료하고 나면, 공간을 단지 설정하는 것을 넘어 인물이 공간과 소통하고 사건을 일으키는 구조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