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세계관과 공간의 위계

by 이다유

세계관은 단순한 배경 설명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읽어내는가에 대한 해석이며, 그 해석이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로서 이야기 위에 드리워지는 것이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곧 이야기의 공간을 설계하는 밑바탕이 된다.


어떤 작가는 도시를 ‘끝없는 가능성의 장’으로 바라본다. 그 눈으로 본 도시는 자유와 교류, 희망의 공간이 된다. 반대로 어떤 작가는 도시를 ‘자본과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된 거대한 감옥’으로 읽는다. 그 눈으로 본 도시는 경쟁과 소외, 불평등의 공간이 된다. 같은 도시라도 세계관이 다르면 공간의 위계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이 위계는 언제나 질서를 만든다. 왕궁과 민가, 중심과 주변, 위와 아래. 공간은 곧 권력의 구조를 담아내며, 그 구조가 인물의 삶을 규정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달동네와 신도시 아파트는 단순히 다른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이 인간을 어떻게 분리하고 밀어내는가를 드러내는 위계적 질서다. 영화 〈헝거게임〉의 열두 구역 또한 마찬가지다. 그곳은 지도 위의 단순한 분할이 아니라, 자원을 독점하는 권력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민중의 구조를 은유하는 장치다.


이처럼 세계관은 현실을 해석하는 작가의 관점이고, 공간의 위계는 그 해석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결국 이야기를 쓰는 일은, “나는 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과 같다. 그 답이 곧 세계관이 되고, 세계관은 다시 공간 위계로 실제화되는 것이다.


한 인물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떠올려 보자. 그는 높은 성곽 안에서 세상을 굽어보는가, 아니면 성곽 밖의 변두리에서 성을 올려다보는가. 공간의 위계는 그 인물의 욕망과 고통, 선택과 갈등을 이미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에 어떤 질서와 은유를 부여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다. 그 선택이 곧 인물의 삶의 자리와 사건의 무게를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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