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상징으로서의 공간

by 이다유

공간은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가 아니다. 공간은 하나의 상징이 되어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물이 서 있는 장소는 곧 그 인물의 내면을 은유하고,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며, 독자에게는 더 큰 차원의 메시지를 건네게 된다.


카프카의 『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주인공 K가 도달하려는 성은 단순한 행정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결코 다가설 수 없는 권위, 무력하게 반복되는 시도와 좌절, 근대 사회의 부조리를 응축한 상징이다. 성은 현실의 어떤 구체적 기관을 가리키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초월적이고 모호한 질서로 작동한다. 카프카는 공간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가능한 투쟁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국 문학에서도 상징으로서의 공간은 자주 등장한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다다른 다방은 단순한 휴식의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서로 다른 인물들이 우연히 모였다가 흩어지는, 고립된 현대 도시인의 삶을 압축하는 상징이다. 따뜻해야 할 실내조차 차갑게 느껴지는 다방의 공기는, 당시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소외와 허무를 공간적 이미지로 보여준다.


또한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개울과 들판은 사랑의 탄생과 소멸을 담는 상징적 공간이다. 두 소년·소녀가 함께 뛰노는 들판은 자유와 설렘의 공간이지만, 곧 소녀의 병약한 현실과 대비되며 덧없음과 상실을 상징하게 된다. 공간은 그 자체로 서사의 감정을 응축한 기호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징으로서의 공간은 사건과 인물을 넘어 이야기를 하나의 은유로 확장시킨다. 독자는 공간을 통해 단순한 사건의 나열을 넘어, 삶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마주하게 된다. 공간을 상징으로 설계한다는 것은 곧, 이야기의 차원을 한 단계 더 깊게 만드는 작업인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8. 공간과 인물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