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서사의 리듬과 구조 완성

by 이다유

1. 개념 설명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다. 이야기는 리듬을 가진다. 고조와 완화, 전환과 반복, 절정과 여운이 음악처럼 이어질 때 독자는 몰입한다. 이 리듬이 바로 이야기를 끝까지 붙잡아 두는 힘인 것이다.

리듬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형성된다.

구조적 리듬 세븐포인트 구조, 서사패턴 959와 같은 거시적 틀에서 리듬이 생긴다. 인물의 일상 → 발단 → 전환 → 절정 → 재일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독자는 사건의 상승과 하강, 긴장과 해소를 경험한다.


장면적 리듬 장과 장, 문단과 문단, 대사와 묘사 사이에서도 리듬이 존재한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 사건의 속도와 정지, 고조된 장면과 평온한 장면이 교차하며 이야기의 호흡을 조율한다.

이 두 차원이 맞물릴 때, 이야기는 단단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생생한 호흡을 유지하게 된다. 구조만 있으면 딱딱해지고, 리듬만 있으면 산만하다. 결국 작가가 해야 할 일은 구조와 리듬을 동시에 완성하는 것이다.

2. 작품 사례 분석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이 작품은 사건으로 보면 단순하다. 세 명의 인물이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시고, 함께 다방에 갔다가, 다음 날 한 사람이 죽는 이야기다. 그러나 독자가 이 작품을 강렬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사건 자체보다 리듬 때문이다.

구조적 리듬 일상: ‘나’와 친구가 술집에서 시작하는 장면. 발단: 낯선 사내가 합석하면서 균형이 깨진다. 전환: 셋은 술집과 다방을 오가며 대화를 나눈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단순한 우연한 만남을 넘어, 도시적 고독과 소외라는 주제로 이동한다. 절정: 낯선 사내가 다음 날 자살했다는 소식. 재일상: 남은 두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공허와 허무가 깊이 각인된다. 이 흐름은 세븐포인트 구조와 959 패턴의 리듬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면적 리듬 술집의 대화 → 다방의 정적 → 다시 술집 → 거리로 이어지는 공간 이동은 리듬의 변화를 만든다. 대화와 침묵이 교차하며, 독자는 사건이 아닌 정서의 진폭을 경험한다. 절정(사내의 죽음)은 직접 묘사되지 않고 전해지는 방식으로 처리되며, 이는 급격한 고조 후 긴 여운을 남기는 리듬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리듬의 조율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구조적 리듬이 서사를 지탱하고, 장면적 리듬이 정서를 흔들며, 두 리듬이 겹쳐질 때 작품은 완성된다.

3. 정리

서사의 리듬과 구조를 완성한다는 것은, 이야기를 하나의 호흡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인물의 변화가 구조 속에서 드러나고, 사건의 고조와 완화가 장면의 리듬 속에서 조율될 때, 독자는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 ‘이야기’ 자체를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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