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선택하는 걸까

지속 가능한 팀을 만든다는 것

by 반달




채용에 대한 고민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누구를 뽑을까에 대한 문제가 아닌,

우리 회사의 구조를 고민하느라 그렇다.

면접을 한 차례 보고 나면,

지원자를 살피는 데도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내가 면접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앞으로 회사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어떤 복지제도가 있나요?

대표님은 어떤 성향이신가요?

...



언젠가 업계의 대선배님이,

디자인 회사라고 맨날 커스텀하면 유지가 힘들고

어느 정도 회사가 안정화되고 나서는

어떤 사람이 들어오든 회사의 갖춰진 틀 안에서

회사의 성격에 맞는 아웃풋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준 것을 기억한다.


당시만해도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리다고 생각한 그 선배의 말이

시간이 쌓여 지금에 와서는 절실하게 와닿는다.



실제 이 업계에 작은 회사들이

팀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경우가 그렇다.


작은 회사는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고,

대표 한 사람의 역량이나 평판에 따라 일이 들쑥날쑥하게 들어오기도 한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구성원 입장에선 언제든 회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일하리라는 것도 잘 안다.



반대로 대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도,

이 팀을 내가 계속 책임질 수 있을까 두려울 때가 있다.

인원이 늘면 일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표의 일은 배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안정성과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람을 붙잡을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채용이란 건

일방적인 선택이 아니라

상호간의 선택에 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뽑는' 일임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작은 디자인 아뜰리에다.

그래서 더더욱 한사람, 한사람의 무게가 크다.

밝은 사람이 들어오면 팀 전체의 공기가 달라지고,

부정적인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모두에게 파장이 크게 번진다.


그러다 보니

“성격이 밝고 차분해 보여서”

“실력은 모르겠지만 성실한 사람같아서”

같은 타협의 말들이

자꾸 마음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뽑았다가,

‘함께 가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서운함만 남긴 적이 있기에,

처음처럼 과감한 진전이 더욱 어렵다.



간혹,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은 속내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지원자를 만날 때면

괜히 기분도 좋기도 하지만,

좋은 시너지가 날 거란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이 또한, 선택을 받았다는 기쁨 때문일까?


하지만 감정의 호감이

업무의 호흡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잘 알았기에...

다시 책상에 돌아와, 냉정하게 생각을 고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게 작은 회사의 숙명일까,

아니면 모든 회사가 겪는 숙제일까.’





“모든 게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설령 그런 사람이 와도, 영원하진 않다.

어차피 팀은

늘 새롭게 구성되고, 조율되고,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유기체와 같다.


협력업체건, 발주처건 다양한 조직의 모습을 보다보면

결국 리더의 생각이 그 조직의 성격을 만들더라.

리더의 윤리가 조직의 윤리가 되고,

리더의 결정이 조직의 결정이 된다.


그러니 결국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팀’에 대한 나의 지휘이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일하는 방식,

서로에게 건네는 피드백,

함께 보내는 시간의 결이

곧 우리 브랜드의 태도가 되고,

우리 팀의 윤리가 되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도 오랫동안 한 배를 타고 갈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나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 걸까

고민 또 고민하는 나날들이다.





공간도, 사람도, 일하는 방식도 정답은 없다는 걸 알기에

다음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조율해 간다.


이번 채용도, 그 연장선 위의 선택일 뿐이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서로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로 남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