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기호식품

대상

by 초록 라디오

1.

금연한 지 일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25년 단짝을 매몰차게 찼습니다.

끊으면 몸이 좋아지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했습니다.

덕분에 좋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만 담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긴장 풀 때 이거만큼 즉각적인 것이 없습니다.

분위기 잡을 때도 그만입니다.

시간 때우기에도 이만한 친구가 없습니다.

핑곗거리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느낌, 그 낭만, 그 냄새를 잊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담배 하면 이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30년 더 지난 지금도 노래방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는 곡이라고 합니다.

인기비결은 쉽고, 재미있다는 점일 겁니다.

멜로디에 맞춰 따라서 부르다 보면 어느덧 익숙해진 자신을 보게 됩니다.

‘오 그대
그대가 뿜어대는 연기
담배연기
싫어
멋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지 나는 싫어
그대의 담배연기
후뚜뚜뚜
싫어
그대의 담배연기’
(출처: ‘금연’)

건아들의 1985년 두 번째 앨범 [禁煙]에 실린 ‘금연’입니다. 기호식품은 본인 취향으로 존중했으면 합니다.



2.

어느 날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끊을까, 내일 끊을까, 좀 더 피다 끊을까, 망설였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친구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군말 없이 따라준 친구이었습니다.

우울할 때, 기쁠 때, 화날 때 가리지 않고 옆에 있어준 친구이었습니다.

담배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당일, 바로 끊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끊었습니다.

그전에 끊어야 한다면 담배냐 술이냐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겁니다.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승부가 갈린 셈입니다.

술이 이긴 겁니다.

끊으니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좋은 점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음악인들이 가끔 무대에서 담배를 꼬나뭅니다.

담배 피워 본 사람은 알 겁니다.

입에 담배 물고 뭔가를 하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말입니다.

기타를 연주합니다.
담배를 꼬나물었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입을 악다뭅니다.
고개를 들어 흔듭니다.
담배 연기 한줄기가 무심한 듯 피어납니다.
담배가 붉게 타오릅니다.
깊숙이 들여 마셨던 연기를 내뿜습니다.
담배 연기와 기타 소리만이 무대를 채웁니다.
고뇌하는 예술인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기타를 연주합니다.
담배를 꼬나물었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담배 연기가 맵습니다.
질끈 감아보지만 눈물이 흐르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입을 악다뭅니다.
담뱃재가 털어지려고 합니다.
기타에 떨어지면 낭패입니다.
고개를 흔들어 재를 텁니다.
담배가 짧아지면서 뜨거운 기운이 얼굴을 간질입니다.
신경 쓰입니다.
혀로 담배를 밀어냅니다.
불편합니다.
뭔가를 하면서, 양팔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게 생각처럼 낭만적인 일이 아닙니다.
다음번에는 무대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야겠다 생각합니다.
폐 깊숙이 들여 마셨던 연기를 내뿜습니다.
담배 연기와 기타 소리만이 무대를 채웁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고뇌하는 예술인의 모습입니다.


음악과 담배는 꽤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무대에서 담배는 어색할 따름입니다.

본인은 멋있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릴 수 있습니다.


가끔 생각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피울 생각은 없습니다.




(참고자료)

Maniadb, 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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