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고독한 미식가

이야기

by 초록 라디오

1.

후루룩,
짭짭,
꿀떡꿀떡,
쩝쩝,
어허허허,
어어,
쪽쪽,
아삭아삭,
쭙쭙,
슥슥,
질겅질겅

예로부터 잘 먹는 것도 복이라고 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 씨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먹는 모습이, 어른에게 이런 말 쓰는 게 어울리지 않은 거 알지만, 천진난만해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음악 앞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음식을 삼키고 난 뒤 그의 모습은 평화롭습니다.


이노가시라 고로 씨는 음식점에 들어갈 때마다 고심을 합니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주변을 몇 바퀴 돈 끝에 결정을 내립니다.

들어가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기다립니다.

뭘 요리를 먹을까?

눈치코치 메뉴판을 몇 번 보고서야 선택을 완료합니다.

준비 완료, 이제 즐길 시간입니다.

땀 흘린 그대, 즐겨라. 음식이 나옵니다.

모양에 놀라고 맛에 놀랍니다.

하나씩 음미합니다.

잘 씹어 넘깁니다.

느낌이 옵니다.

입 안 가득합니다.

허허, 허겁지겁 볼이 빵빵해졌습니다.

허허, 마치 인간 화력발전소가 되었습니다.


이윽고 음악이 흐릅니다.

흐름이 빨라집니다.

여유 있던 이노가시라 고로 씨의 젓가락질이 맹수의 모습을 띕니다.

지공에서 속공으로 작전이 변경됩니다.

호흡이 가빠지고 집중력이 최대치로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오른팔이 저릴 지경입니다.

공격이 끊이지 않습니다.

음악이 막바지로 치닫고 눈동자마저 붉게 변했습니다.

볼이 다람쥐 마냥 부풀어 꺼질 줄 모릅니다.

음악이 끊기자 이노가시라 고로 씨가 젓가락을 내려놓습니다.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부풀었던 볼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붉었던 눈동자도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은 뒤 우롱차로 입을 헹굽니다.

허허, 얼굴이 만족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주인장에게 눈인사를 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주인장이 답합니다. 감사합니다.

얼굴에 홍조가 일었습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습니다.

입술 사이로 가지런한 윗니가 드러납니다.

윗도리를 입고 가방을 듭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이노가시라 고로 씨 뒤로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소리가 들립니다.

세상 다 가진 듯 유유자적 집으로 향합니다.

저만치 갔을 때 음악이 등장합니다.

고로,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

이렇게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한 회가 끝납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음악은 선동자이면서 소화제입니다.

잘 먹고 있는 주인공을 향해 더 먹어, 집어넣어 선동을 일삼습니다.

볼이 빵빵한 것을 보고도 손속의 사정을 두지 않습니다.

주인공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음악은 조건반사를 일으킵니다.

서서히 몸을 데우던 주인공은 음악을 신호로 질주를 시작합니다.

음악에 맞춰 식사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주인공의 입이 힘차게 움직입니다.

음악이 잦아들고 만족과 쾌감을 만끽합니다.

얼굴은 함박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집으로 갑니다.

내일 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음악이 배웅을 합니다.

이노가시라 고로 씨가 배앓이 않는 건 좋은 소화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화제 성분은 익히 알려진 그대로입니다.

‘고로,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



2.

‘고로,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 중독성 강한 드라마이며 등장 음악도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침이 한가득 고이는 ‘Jiro′s Title’과 흥얼흥얼 ‘Stay Alone’은 [고독한 미식가] 시청자들을 자극합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음악에 몸이 반응합니다.

처음에는 침이 흐리고 곧이어 위가 쓰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조건반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밥맛이 없다, 식욕이 생기지 않는다, 살아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걸스럽게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하는 사람들에게 [고독한 미식가] 시청을 권합니다.

음식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을 모두 원작자인 쿠스미 마사유키(久住昌之)가 작곡했다고 합니다.

연주도 그의 밴드 스크린 톤스(The Screen Tones)가 맡았습니다.




(참고자료)

[고독한 미식가], 쿠스미 마사유키, 박정임,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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