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017년
2017년 2월 중순이었을 겁니다.
밥 딜런(Bob Dylan)의 신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CD 몇 장인지만 써놓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갔습니다.
앞선 2015년 [Shadows In The Night]와 2016년 [Fallen Angels] 같이 또 커버 앨범인지, 신곡을 담았다는 건지 몇 번을 읽어도 감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신곡을 기다렸던 참이라 기사를 읽고 조바심이 커졌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정도 지나 신문에 밥 딜런 신보 기사가 났습니다.
제목이 [Triplicate]인 CD 3장짜리 커버 앨범이라고 했습니다.
밥 딜런 홈페이지에 이 앨범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흘러간 옛 노래 모음(Covers Of Classic American Songs)’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커버곡이라, 그것도 세 번 연속해서 커버 앨범이라.
밥 딜런에게 ‘과거’가 중요했을 수 있습니다.
삶을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 번은 과한 행동입니다.
밥 딜런 자신을 음악세계로 이끈 곡이라고 하면서 포장했지만, 소비자에게는 낯설고 서먹할 따름입니다.
그것도 다른 나라 흘러간 옛 노래 모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추억, 회상. 과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국 하드락 밴드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가 2016년 발표한 [Blue & Lonesome]을 두고 왜 지금 커버 앨범을 내냐고 따졌었는데, 밥 딜런에 비하면 이들은 양반이었습니다.
경험도 한두 번 괜찮다 하는 거지 잦으면 마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뜬금없이 또는 하염없이 나온 커버 앨범이 마뜩잖은 게 사실입니다.
밥 딜런의 추억은 [Shadows In The Night]만으로 충분합니다.
누군가에게 밥 딜런의 정규앨범 38장 모두를 주고 ‘순서대로 정리하시오’ 했을 때 과연 38집 [Triplicate]를 38번째 자리에 꽂을지, 36집 [Shadows In The Night], 37집 [Fallen Angels]와 한데 묶어 딴 데 놓을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제법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어떤 결과를 기대하십니까?
2017년 밥 딜런에 만족하십니까?
1963, 64, 65년
[몬스터], [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浦沢直樹)의 [빌리 배트] 6권 150쪽에 한 젊은이가 LP 하나를 옆구리에 낀 채 친구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올 여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밥 딜런은 정말 굉장했지!
그 사람은 워싱턴 대행진에서도 20만 군중 앞에서 노래했다고!
(중략) 나도 하루빨리 레코드를 취입해서 밥 딜런처럼....”
그가 들고 있던 LP는 밥 딜런의 2집 [The Freewheelin′ Bob Dylan]이었습니다.
이전보다 밥 딜런이라는 음악인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이 선정된 까닭일 것입니다.
주최 측의 수상 사유는 '미국 음악에 참신한 시적 표현법을 구축했다'이었습니다.
그의 수상이 발표되자 국내 언론에서 부리나케 기사를 올렸고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The Freewheelin′ Bob Dylan]의 수록곡 ‘Blowin′ In The Wind’가 심심치 않게 방송을 탔습니다.
1960년대 밥 딜런은 미국 젊은이들의 대변자이었다고 합니다.
밥 딜런은 그들이 외치던 자유정신, 인권, 저항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생산자와 수요자의 활발한 교류는 건강한 결과물을 낳았고, 세월이 흘러 노벨 문학상 수상까지 연결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어가 다른 탓에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앞서 젊은이가 밥 딜런을 이야기하던 장면으로 돌아가, 당시 배경이 몇 년도이었는지 유추해보고자 합니다.
앨범, 워싱턴 대행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을 증거로 삼아 가닥을 이었습니다.
들고 있는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이 1963년에 발표되었으니 1963년 이후로 시점을 고정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대행진도 이 책 각주에 따르면 1963년 7월에 발생한 사건이므로 1963년 7월 이후 대화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Newport Folk Festival)의 경우에는 출연자 명단에서 밥 딜런의 참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1960년에서 1969년 사이 밥 딜런은 1963년, 1964년, 1965년 세 차례 무대에 올랐습니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은 1969년 이후 중지되었다가 1985년 재개했고 이 책에 미국 대통령으로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 1985년 이후는 논의에서 제외했습니다.
해당 연도가 1963, 64, 65년 세 개로 좁혀졌습니다.
대화에 나오는 ‘올여름’, ‘워싱턴 대행진’에서 추론 거리를 찾아보았습니다.
‘올여름’은 1963, 64, 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이 모두 7월에 치러졌기에 연도를 밝히는 데 단서가 되지 않습니다.
‘워싱턴 대행진’이 일어났을 때가 1963년으로 1963, 64, 65년 모두 다 적용됩니다.
1964, 65년은 워싱턴 대행진이 과거형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 가능하고, 1963년 또한 올여름을 근거로 들었을 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The Freewheelin′ Bob Dylan]의 발표가 5월, 워싱턴 대행진이 7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그 장면에서 젊은이들이 입었던 옷을 단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들은 여름 옷차림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여름은 보통 6월에서 8월 사이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등장인물의 대화에서 ‘올여름’은 과거의 사건을 두고 한 말이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한여름이 지나 가을이 가까워진 시기로 상정을 했고 8월, 9월로 시차를 줄였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더 나가지 못했습니다.
8월이나 9월이라면 1963년, 1964년, 1965년 모두 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화에 나왔던 ‘올여름’, ‘워싱턴 대행진’으로 정확한 년도를 찾는 것이 더 이상 힘들어 보였고 연도 세 개 중 하나로 절충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151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왼쪽 위로 큼지막하게 찍혀있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뉴욕 1963년
(참고자료)
[빌리 배트] 6권, 우라사와 나오키
Taylor & Francis Online, US Weather 1963
Newport Folk Festival 홈페이지
Setlist.fm, Newport Folk Festival
Bob Dyla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