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내부
폴란드 데스메탈(Death Metal) 그룹 베이더(Vader)의 10집 [Tibi Et Igni] 앨범 속지에 적힌 문구입니다.
여덟 번째 곡 ‘The Eye Of The Abyss’ 가사 윗부분에 흰 글씨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선악의 저편(Jenseits von Gut und Böse: Vorspiel einer Philosophie der Zukunft)] 내용 일부가 실려 있습니다.
‘Whoever Fights Monsters Should See To It That In The Process He Does Not Become A Monster.
And If You Gaze Long Enough Into An Abyss, The Abyss Will Gaze Back Into You’
독일어로는 이렇게 쓴다고 합니다.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ss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영어 글귀를 풀면 이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 누구든 본인이 괴물로 변하는 일 없도록 몸조심했으면 합니다.
어둠을 쫓다 어둠에 잡혀 먹히는 일이 있을 수 있느니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우리말로 펼쳐놓으니 뭔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 가수 밀리 잭슨(Millie Jackson)도 1977년 [Feelin′ Bitchy]에서 ‘You Created A Monster’로 괴물의 탄생을 우려했습니다.
외부
니체의 몬스터는 내부의 괴물을 말합니다.
내부의 괴물은 인간의 정신을 옥죄기에 두려운 존재입니다.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손이 닫지 않습니다.
분열을 거듭해 제 얼굴을 감추기도 합니다.
외부의 괴물도 내부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외부의 괴물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실체를 알기도 꽤 어렵습니다.
맞닥뜨리더라도 대응 방안이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겁니다.
우주인이 지구를 침략합니다.
언제 어떻게 올지, 우주인이라는 존재가 있는지도 모른 채 운명의 시간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들이 우주인이라는 사실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바가 없기에 난감합니다.
과거 외부의 괴물이 지구에 쳐들어 온 적이 있습니다.
괴물이 얼마나 무서운 대상이었고 어떤 파괴 행위를 했는지 지구 침략기 [우주전쟁]에 소상히 적혀있습니다.
그때 그 고난의 기억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우주전쟁]은 글과 소리, 책과 음악으로 당시 상황을 전합니다.
소설 [우주전쟁] (1898년 작)
1부: 화성인의 침공(The Coming Of The Martians)
바야흐로 20세기가 밝으며 일어난 일입니다.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화성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 하늘을 관찰하면서 이상한 징후를 발견합니다.
1884년 태양과 지구, 화성이 순서대로 나란히 서는 충(衝, Opposition) 현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때 망원경으로 화성에서 발사되는 환한 빛을 목격합니다.
환한 빛은 지구로 향하는 화성 우주선의 발사 흔적이었습니다.
전쟁이 코앞(The Eve Of The War)으로 다가옵니다.
첫 번째 화성 우주선은 영국 런던 외곽 호셀 황무지(Horsell Common)에 착륙합니다.
호기심에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주인공만 남고 모두 열광선(Heat Ray)에 맞아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이때부터 주인공의 고생길이 열립니다.
다리 셋 달린 촉수 기계(Fighting Machine)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던 주인공은 동료를 잃은 포병(The Artilleryman)을 만납니다.
이제 주인공의 남동생이 등장합니다.
런던에서 공부하던 주인공의 남동생은 화성인이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피난길에 오른 주인공의 남동생은 두 여인과 만나 동행을 합니다.
주인공의 남동생 일행은 벨기에로 떠나는 증기선에 올라탑니다.
다리 셋 달린 촉수 기계와 영국 함정 선더차일드(Thunder Child) 호가 교전을 펼칩니다.
두 놈을 해치운 선더차일드 호가 연기에 가린 채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2부: 화성인이 침공한 지구(The Earth Under The Martians)
주인공이 도망치는 와중 종교인을 만납니다.
화성 우주선이 옆집에 착륙하면서 둘 다 꼼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고립이 지속되자 종교인의 불안은 커지고 제어가 힘들 지경에 이릅니다.
몸싸움이 일어나고 종교인은 화성인의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화성인은 지구인의 피로 배를 채웠습니다.
우주선 주변으로 인간의 시체가 널려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아내를 찾아 집으로 향합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포병과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달라진 모습에 놀랍니다.
포병은 미래를 걱정하고 설계하는 정치가로 변했습니다.
입에서 달콤한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겉모습은 정치가, 혁명가이었지만, 행동이 필요할 때 포병은 개으름뱅이에 불과했습니다.
환멸을 느낀 주인공은 집으로 재차 길을 떠납니다.
런던은 처참한 모습(Dead London)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런던 곳곳 화성인들로 가득했습니다.
화성의 과학기술은 지구보다 뛰어났습니다.
거기에 맞춰 생채 진화가 이루어졌고, 미생물과 세균도 정복한 상태이었습니다.
하지만 화성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구의 세균이었습니다.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탓에 감염으로 몰살당하고 맙니다.
지구인의 포기 선언 직전 세균이 전세를 역전시켰던 겁니다.
주인공은 기쁨 반, 슬픔 반으로 집에 도착합니다.
그리던 아내를 만납니다.
음악 [우주전쟁] (1978년 작)
미국 음악가 제프 웨인(Jeff Wayne)은 H. G.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을 바탕으로 앨범 [Jeff Wayne′s Musical Version Of The War Of The Worlds]를 제작합니다.
프로그레시브락(Progressive Rock)의 대표 앨범으로 유명세를 떨쳤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둡니다.
[Jeff Wayne′s Musical Version Of The War Of The Worlds]가 소설 [우주전쟁]을 토대로 작업한 앨범이라고 미리 언급했습니다.
밴드와 현악 합주단이 음악을 맡고 중간중간 주인공이 설명으로 진행을 돕습니다.
각 등장인물은 뮤지컬 배우같이 연기, 노래를 수행합니다.
진행 순서가 소설 [우주전쟁]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내용도 일부 각색을 했습니다.
[Jeff Wayne′s Musical Version Of The War Of The Worlds]는 CD 2장 구성입니다. 수록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CD1 - The Coming Of The Martians
① ‘The Eve Of The War’
② ‘Horsell Common And The Heat Ray’
③ ‘The Artilleryman And The Fighting Machine’
④ ‘Forever Autumn’
⑤ ‘Thunder Child’
CD2 - The Earth Under The Martians
① ‘The Red Weed(Part 1)’
② ‘The Spirit Of Man’
③ ‘The Red Weed(Part 2)’
④ ‘Brave New World’
⑤ ‘Dead London’
⑥ ‘Epilogue(Part 1)’
⑦ ‘Epilogue(Part 2)’
CD1 네 번째 곡 ‘Forever Autumn’은 주인공과 여자 친구 캐리의 사랑을 담은 곡으로 소설 [우주전쟁]과 무관한 내용입니다.
CD2의 두 번째 ‘The Spirit Of Man’에도 소설에 없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Jeff Wayne′s Musical Version Of The War Of The Worlds]는 잘 꾸민 앨범입니다.
이야기를 이해하면 내용이 풍부해지고, 음악을 따라가면 대서사시를 읽는 듯 술술 넘어갑니다.
소설과 음악이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각각 읽고 들어도 좋지만 함께 읽고 들으면 그 맛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앨범에 있는 ‘The Red Weed’가 뭐고, 뜬금없는 ‘Brave New World’가 무엇인지 궁금하면 소설 [우주전쟁]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음악과 문학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내부든 외부든 괴물은 무서운 존재입니다.
오랜 시간 괴물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니체는 머릿속 괴물에 조심하라고 책까지 써 경고를 했습니다.
소설과 음악 [우주전쟁]은 외부 괴물에 속절없이 당하는 인간의 무능함을 꾸짖습니다.
화성인이 자중지란 하지 않았으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웠을 겁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 누구든 본인이 괴물로 변하는 일 없도록 몸조심했으면 합니다.
어둠을 쫓다 어둠에 잡혀 먹히는 일이 있을 수 있느니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괴물을 조심하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Wikiquote, Friedrich Nietzsche
[우주전쟁], 허버트 조지 웰스, 손현숙, 푸른숲주니어
Wikipeida, The War Of The Worlds
Wikipedia, Jeff Wayne′s Musical Version Of The War Of The Worlds
Allmusic, [The War Of The Wor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