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Ⅰ.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가 남긴 말입니다.
‘Everything We Do Is Music’
‘우리의 행동 모든 것이 음악입니다’
어느 무더운 날 창문 밖에서 소음이 심하게 올라왔다고 합니다.
‘I Know It′s Hot’ I Said ‘But Can We Close The Windows? It′s So Noisy’
‘You Call It Noise’ Said Cage. ‘I Call It Music’
‘더운 거 알지만, 시끄러워서 그런데 창문을 좀 닫았으면 합니다’
그러자 존 케이지가 답합니다.
‘댁은 그것을 소음이라고 했지만 제게는 음악입니다’
존 케이지의 작품 ‘4분 33초’은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손을 어디에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피아노 소리를 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4분 33초 흐르고 곡이 마무리됩니다.
침묵이 악기 소리를 대신하는 경우입니다.
작곡자는 연주가 시작되고 침묵이 흐르면서 연주자와 관객이 내는 소음을 들어보라고 말합니다.
그에게 침묵은 단순한 소리 없음이 아닙니다.
절대적인 소음이란 없다고 말합니다.
침묵이라고 하지만 의식적, 무의식적이든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겁니다.
한 발 더 나가 침묵은 ‘음’과 ‘음이 어울려 나오는 화음’을 구별하게 하는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했던 말 ‘우리의 행동 모든 것이 음악입니다’를 대입하면 침묵과 소음, 소음과 음악, 음악과 침묵의 관계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분 33초’의 흐름
연주자가 박수를 받으며 입장합니다(박수-음악)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펼칩니다(펼치는 소리-소음)
연주자는 아무것도 않고 앉아만 있습니다(침묵-음악)
관객석에서 웅성거립니다(부스럭, 소곤소곤-소음)
악보를 접고 일어나 인사합니다(박수-음악)
무대를 내려갑니다(침묵-음악)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침묵, 소음, 음악의 조합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침묵, 소음, 음악의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관객의 웅성거림이 많은 날에는 소음의 비율이 높은 ‘4분 33초’가 되는 것이고 악보 넘기는 소리가 크게 났다면 이 역시 소음이 강조된 ‘4분 33초’가 되는 셈입니다.
그의 음악은 연주하는 자가 어떻게 마음먹는가, 듣는 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무쌍합니다.
그에게 악기란 일상의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전위음악가, 극음악가로 존 케이지의 음악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4분 33초’가 그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일 수 있습니다.
부디 열쇠가 잘 맞기를 바랍니다.
Ⅱ.
존 케이지를 만난 건 15년 전 즈음이었습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집은 책의 주인공이 존 케이지였습니다.
그 책에서 존 케이지 음악을 이렇게 정의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극(劇)음악(Theater Music)’
책에 악보가 있었는데, 직선이 아니고 원 모양이었습니다.
또 음표 없는 악보에 제목만 적혀있었던 것도 생각납니다.
책에서 본 그의 음악은 거창해 보였고 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서울 낙원상가 아트센터, 그러니까 허리우드 극장에서 단편 영화제를 했습니다.
존 케이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불규칙한 소음, 뿌옇게 변해가는 화면. 잠깐 졸은 것 같은데 영화가 끝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끝으로 한동안 그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에서 지워졌을 만큼 시간이 지난 2017년 봄 문뜩 그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존 케이지, 극음악, Theater Music’
사람들은 존 케이지를 전위음악가라 말합니다.
전위가 포괄적인 뜻을 갖고 있는 낱말인 탓에 누구를, 무언가를 설명하는 데 불친절하고 한 발짝 물러선 기분입니다.
존 케이지의 음악에는 공간이 등장합니다.
많아야 2,3백 명 차는 밀폐 공간, 음악이 시작되고 불규칙 반사가 일어납니다.
듣는 사람 청각이 좋으냐 나쁘냐, 듣는 사람 위치가 어디냐, 듣는 사람 몸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존 케이지의 음악은 달라집니다.
어떻게 해도 설명은 부족합니다.
해석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각자 듣고 느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자료)
Telegraph, John Cage
John Cage 홈페이지
Dataisnature, John C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