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나비 7

‘나비’

by 초록 라디오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덧없는 인생, 왜 그리 집착을 하는지
너, 나비야?
나, 나, 내가 나비야.
내가 나비라고.
왜? 나비 하고 싶어.
왜, 왜, 왜?
내가 나비야.


밴드 동서남북의 ‘나비’도 있습니다.

1981년 이들의 1집 [N.E.W.S.]에 실린 곡입니다.

[N.E.W.S.]는 한국 최초의 프로그레시브락(Progressive Rock)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나비’는 밴드 동서남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호접지몽과 가까운 듯 먼 것 같고, 먼 듯 가깝기도 한 가사가 흥미를 끕니다.


밴드 동서남북의 1집은 두 가지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나온 [N.E.W.S.]가 그중 하나고,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가 나머지 하나입니다.

무슨 소리냐 할 것입니다.

사연을 몰랐을 때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했습니다.


제목을 두 개 갖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밴드 동서남북은 1981년 1집 [N.E.W.S.]을 발표합니다.

이때 레이블은 ‘서라벌 레코드’이었습니다.

대중의 시선에 멀어진 앨범은 곧 잊히고 맙니다.

일부의 사람만 기억하는 앨범으로 남습니다.

보통 초판 앨범이라고 부릅니다.


1988년 밴드 동서남북의 1집이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 제목으로 재발표됩니다.

레이블이 ‘예음’으로 바뀝니다.

같은 앨범이 제목을 달리해 각각 나왔던 것입니다.

초판과 구분하기 위해 재판 앨범이라고 말합니다.

덧붙여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는 1998년과 2016년에 ‘시완레코드’와 ‘뮤직리서치’에서 다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나비’는 [N.E.W.S.]와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입니다.

프로그레시브락이라는 그럴싸한 간판이 호기심을 끌었고 작지만, 호응을 이끌어 냈던 것이 사실입니다.

재발매가 세 번이나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비는 빛과 꽃의 친구입니다.

싱그러운 바람과 새하얀 구름이 나비와 함께합니다.

‘나비’의 나비는 환한 곳을 나는 생명체이며 꽃의 꿀을 따는 운명체입니다.

밴드 동서남북이 그리는 나비에서 슬픔과 고독은 남의 사정입니다.

싱그러운 바람에 날개를 맡기고 유유자적하는 나비에게 슬픔과 고독이 끼어들 새가 없습니다.

음악으로 ‘나비’는 단계를 쌓고, 단계 속에서 그림을 완성하고 산화하는 프로그레시브락 장르의 특성에 충실합니다.

지금 보기 힘든 오르간과 신시사이저도 재미에 한몫합니다.


밴드 동서남북의 ‘나비’는 대중적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애호가 사이에서 여전히 관심을 받습니다.

나비의 생명력이 꽤 강한 것 같이 보입니다.

겉보기와 달리 강단이 있습니다.

실제 나비의 습성이 그런지는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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