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덧없는 인생, 왜 그리 집착을 하는지
너, 나비야?
나, 나, 내가 나비야.
내가 나비라고.
왜? 나비 하고 싶어.
왜, 왜, 왜?
내가 나비야.
‘Adagio’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락(Proggressive Rock) 밴드 뉴 트롤스(New Trolls)의 나비도 인상적입니다.
1973년 앨범 [N.T. Atomic System] 수록곡 ‘Butterfly’는 자유롭고 동시에 공허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들판을 나는 나비, 그 나비를 쫓는 꼬마.
꽃에 앉은 나비, 그 나비를 바라보는 꼬마.
나무 위로 올라간 나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꼬마.
해가 지자 집 생각이 든 꼬마.
두려움에 울고, 나비는 계속 날아다니고.
나비 나는 모습에 한 번,
꼬마 노는 모습에 한 번,
꼬마 집으로 가는 모습에 한 번,
뉴 트롤스의 ‘Butterfly’는 세 번 부침을 겪습니다.
나비와 꼬마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냅니다.
날아라, 날아라, 날아라.
뉴 트롤스의 나비는 제삼자입니다.
꼬마의 등장과 움직임, 퇴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비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비는 상황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나비는 지켜볼 뿐입니다.
꼬마가 다가오면 훌쩍 날아 자리를 옮겨 다시 관찰자가 됩니다.
꼬마가 떠날 때도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손을 흔드는 것도 눈길을 주는 것도 하지 않습니다.
나비는 전지적 시점으로 꼬마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꼬마는 나비에게 배우입니다.
꼬마의 일거수일투족이 나비의 관심사입니다.
나비에게 꼬마는 자극제이며 원동력입니다.
꼬마의 등장으로 나비는 날기 시작합니다.
잡으려 달려드는 꼬마의 손짓에 나비가 힘을 씁니다.
꼬마의 퇴장은 나비의 잠자리를 암시합니다.
나오고 놀고 사라지고. 뉴 트롤스는 나비에게 임무를 부여합니다.
꼬마를 지켜보며 동시에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꼬마는 점점 성장합니다.
더불어 나비도 성장합니다.
이제 나비가 꼬마에게 자극제가 되고 원동력이 됩니다.
서로 보듬습니다.
꼬마 때문에 나비가 존재하던 그 시절에서 나비로 꼬마가 어른이 되어 갑니다.
어른에게 졸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거의 어른이 된 시점에 다다랐을 때 나비는 떠납니다.
때를 알고 나비가 다른 꼬마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꼬마와 나비는 결별합니다.
꼬마와 나비는 한배에서 살았습니다.
뉴 트롤스가 ‘Butterfly’에서 ‘날아라, 날아라, 날아라’ 했던 것은 나비에게 한 말이었으며, 아울러 꼬마가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날아 꼬마에게 힘을 주어라, 꼬마의 친구가 되어 주어라 격려하면서, 나비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자극하라고 꼬마를 설득합니다.
뉴 트롤스의 나비는 친구이자 스승이며 제자입니다.
그래서 ‘Butterfly’의 분위기가 낯익었던 것입니다.
자유로움이 있었고,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때론 어디선가 언젠가 경험했던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뉴 트롤스의 ‘Butterfly’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꼬마가 움직이니 나비도 따라 움직입니다’
음악의 성격과 가사의 암시가 잘 어우러진 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