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나비 16

‘The Moth’와 ‘The Cellar’

by 초록 라디오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덧없는 인생, 왜 그리 집착을 하는지
너, 나비야?
나, 나, 내가 나비야.
내가 나비라고.
왜? 나비 하고 싶어.
왜, 왜, 왜?
내가 나비야.


나방을 언급할 때부터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변태 하고자 하는 사람,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

타인의 피부,

연쇄 살인,

애벌레,

가죽옷,

습기,

우물가,

번데기,

풋내기,

변신,

정체성,

재봉,

어두침침,

옷 한 벌.


영화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마지막 대목에서 주인공과 범인이 맞닥뜨립니다.

사건의 퍼즐이 풀리며 영화음악 ‘The Moth’와 ‘The Cellar’가 흐릅니다.


영화의 앞부분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이 수감 중인 정신과 의사와 ‘Transformation’, 즉 변신을 대화에 올립니다.

중반부로 가서 변신, 즉 ‘Transformation’은 ‘Change’로 모습이 바뀝니다.

그리고 ‘변신’은 영화 후반부로 가서 ‘변태’로 정체성을 되찾습니다.


변신, 변태, 나방, 각자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감독이 관객을 속이고, 관객이 속는 척 감독을 놀립니다.

변신과 변태에 영화가 끈적끈적한 늪으로 변합니다.

관객이 빠져들고 영화음악이 부채질합니다.


답답한 느낌, 야간 투시경이 관객의 시야를 더욱 좁힙니다.

갑갑한 마음, 영화음악 ‘The Moth’와 ‘The Cellar’에 목이 막힙니다.


변태,

변신,

정체성,

습기,

번데기,

애벌레,

타인,

늪,

연쇄 살인,

나비,

나방,

찝찝한 결말.

영화가 그랬고, 영화음악이 그랬습니다.

관객의 눈을 가로막는 야간 투시경, 거기에 비친 영화 배경.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나방은 기분 나쁜 존재입니다.

갑갑하고 답답하고 찝찝합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영화음악은 서서히 관객의 머리끝에 오릅니다.

갑갑하고 답답하고 찝찝합니다.

아닌 척, 있는 듯 없는 듯, 몰래 관객을 선동합니다.

기분 나쁜 영화음악입니다.

인정머리라곤 손때만큼도 없는 영화음악입니다.

관객을 우롱하는 못된 영화음악입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영화음악에 감정이란 없습니다.

인정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 덕택에 나방이 변태를 마칩니다.

그리고 납니다.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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