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나비 17

‘파란 새벽(胡蝶夢)’

by 초록 라디오

재즈 음악인 웅산의 2007년 3집 [Yesterday] 열한 번째 곡 ‘파란 새벽(胡蝶夢)’은 새벽녘 나비를 등장시킵니다.

기어코 슬픔이 밀려들고, 호접몽(胡蝶夢)인 걸 곱씹습니다.


한밤, 새벽녘은 천성적으로 이런 분위기인가 봅니다.

노곤해지고 감성에 젖게 됩니다.

곧 일어나 움직일 시간인데 애당초 그른 것 같습니다.

잊으려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웅산의 덩치 큰 목소리가 그때 그 느낌을 진하게 우려냅니다.


발음이 좋아 귀에 잘 들어옵니다.

‘파란 새벽’에서 나비는 내려앉을 새가 없습니다.

추억과 외로움을 싣고 새벽녘을 날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비는 저녁과 새벽을 잇는 매개체입니다.


나비로 새날이 찾아옵니다.

웅산이 달빛을 막고 새벽에 손짓합니다.

어느덧 비가 내리고 새벽이 사라집니다.


나비는……, 나비는……,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익숙해질 즈음 나타날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또한, 웅산의 ‘파란 새벽’은 앨범과 무대의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파란 새벽’은 두 가지 버전을 가진 듯합니다.

앨범 속 ‘파란 새벽’의 주인공은 긴 검은 머리, 파란 드레스 차림을 한 채 끈적끈적한 음색으로 스피커를 울립니다.

때는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저녁, 웅산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날이 바뀌기 전 마지막으로 나비의 길을 닦습니다.

‘파란 새벽’은 앨범에서 정적(靜的)인 분위기입니다.

노래하는 웅산도 그리 움직임이 없습니다.

호접몽도 자정 탓인지 노곤한 기운입니다.


무대에서 웅산의 ‘파란 새벽’은 새벽녘을 배경으로 합니다.

웅산은 땀에 젖은 검은 머리, 파란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서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덧 남성에 가까워졌습니다.

스피커가 무대 밖에서 힘 있게 울립니다.

자정을 훌쩍 넘은 새벽녘, 이슬이 떨어지고 대지가 눈을 뜨기 바로 전 ‘파란 새벽’이 무대를 감쌉니다.

나비가 묵직한 날갯짓으로 무대 위를 날아다닙니다.

때론 웅산의 어깨에 내려앉아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날은 이미 내일이 되었습니다.

앨범에서 무대로 옮기며 날이 바뀝니다.

‘파란 새벽’은 무대에서 동적(動的)인 분위기입니다.

웅산이 부르는 나비 노래는 객석으로, 비상구로 건물 밖으로 훨훨 날아갑니다.

나비는 새벽을 재촉하고 나비는 무대를 마감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웅산의 움직임이 커집니다.

호접몽이 새벽에 가까운 탓인지 산뜻한 기운입니다.


웅산은 ‘파란 새벽’으로 듣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어떻게, 어디서, 언제, 무엇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끔 만듭니다.

‘파란 새벽’은 웅산만큼 매력적인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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