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크눌프 9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2. 소설 [크눌프] (3)


1) 이른 봄 (2)

‘똑, 똑.’

이때도 크눌프에게 이 사람이 나를 몰라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딴 사람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신용장이었고 등장은 반가움이 대신했습니다.

‘이른 봄’에서 크눌프의 모습은 당당함이 주를 이룹니다.

‘입춘’을 맞은 크눌프에게 걸림돌이 없어 보입니다.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친구, 호시탐탐 자신을 곁눈질하는 친구 부인, 우정을 확인하는 동네 사람들. 모두가 친구고 모두가 우호적이기에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그는 여러 곳을 두루 여행한 멋쟁이이기도 합니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남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했고 하고 할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경외의 대상이었고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인연이었습니다.

우쭐하게 했고 대화거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작은 순조로웠고 청춘의 기백으로 힘차 보였습니다.

입춘에 추위가 웬만큼 물러났고 따뜻한 기운이 대신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크눌프라는 인간의 됨됨이가 괜찮아 보입니다.

조리 있게 말하는 거 하며, 모나지 않은 행동에 거슬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른 봄’에서 크눌프는 멋쟁이로 비칩니다.

자신감이 행동에 묻어납니다.

그를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때 사건이 일어납니다.

크눌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른 봄’이라고 해서 좋은 날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해 꽃샘추위가 꽤 매서웠던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추위에 크눌프는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고, 비록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했다 할지라도 전지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눈에 크눌프의 민낯이 잡히지 않을 리 없었습니다.

자신감에 빳빳한 고개를 자랑하던 크눌프는 평범한 인물이 되고 맙니다.

두 손 펼쳐 맞이했던 친구의 기대를 저버린, 청산유수를 떠버리 말재간으로 바꿔버린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