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2. 소설 [크눌프] (5)
1) 이른 봄 (4)
크눌프의 노래에 옆집 여인이 마음을 엽니다.
잠시 눈빛을 교환한 둘은 내일을 기약합니다.
크눌프의 작전이 성공한 것입니다.
크눌프의 자신감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체, 망설임이란 그에게 해당하지 않는 개념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바를 이루어야 했고, 하고 싶은 바를 하늘이 허락했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말입니다.
친구의 환대는 당연하였고, 친구 부인의 유혹도 크눌프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옆집 사는 여인 또한 노래 한마디로 꾈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창문으로 눈빛이 통하고 노래에 호감이 일어납니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을 크눌프가 실현해냅니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아름다운 밀회입니다.
사랑의 세레나데,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불렀던 노래, 이몽룡과 성춘향이 나눴던 ‘사랑가’, 크눌프의 입에서 나온 노래는 한 여인의 마음을 빼앗았고, 이후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젊은이 크눌프가 불렀던 ‘In einem kühlen Grunde’는 실제 독일의 가곡입니다.
1813년 독일 시인 조세프 폰 아이헨도르프(Joseph von Eichendorff)의 작품을 토대로, 이듬해 1814년 작곡자 프리드리히 글룩(Friedrich Glück)이 곡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헨도르프가 시를 발표했을 당시 제목은 원래 ‘Das zerbrochene Ringlein’이었습니다.
우리말로 ‘부서진 반지’, ‘깨진 반지’ 정도가 됩니다.
이것이 가곡(歌曲)의 가사로 쓰이는 와중 시의 첫 문장인 ‘In einem kühlen Grunde’이 노래의 제목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시의 제목은 ‘Das zerbrochene Ringlein’이었고, 그것을 가사로 만든 가곡의 제목이 ‘In einem kühlen Grunde’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시를 가사로 삼는 가곡을 따로 리트(Lied)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In einem kühlen Grunde’ 역시 리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