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나비 25

스콜피온스와 이장혁의 ‘나비’

by 초록 라디오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덧없는 인생, 왜 그리 집착을 하는지

너, 나비야?

나, 나, 내가 나비야.

내가 나비라고.

왜? 나비 하고 싶어.

왜, 왜, 왜?

내가 나비야.


독일 하드락 그룹 스콜피온스(Scorpions)는 1999년 14집 [Eye Ⅱ Eye]에 ‘Yellow Butterfly’를 담았습니다.

여기서 나비는 죽은 자의 영혼을 담고 있는 운반체입니다.

저승의 영혼이 나비에 실려 이승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나비를 죽이면 안 된다고 노래에서 되풀이 말합니다.

시간, 개념, 상징을 지나 나비는 존재의 대상이 됩니다.

이제 나비는 영혼을 가진 주체입니다.

나비와 영혼은 자주 언급되는 관계입니다.

예전부터 나비는 인간의 영혼을 싣는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바로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쉬움에 선뜻 끈을 놓지 못한답니다.

하늘로 날아가야 할 영혼은 미련에 나비의 모습으로 주변을 맴돈다고 했습니다.

망자(亡者)의 영혼이 나비가 되어 시신 곁에 맴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고 주변에 나비가 나타났을 때, 망자의 영혼이기에 건드리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나비를 프시케(Psyche)로 쓰며 영혼을 풀이하기도 합니다.

서양의 옛글에서 나비는 요정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숲속에 살며 인간을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주로 여성(女性)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귀한 소식을 인간에 전하는 전령사(傳令使) 역할을 맡습니다.

나비가 인간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됩니다.

나비는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오, 도움을 주는 친구이었습니다.

이런 뜻에서 나비를 한낱 미물(微物)로 보는 것은 오만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나비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가니, 잘들 계시게 하는 마지막 인사를 우리가 못 듣는 것일 수 있고, 미련에 조금이라도 더 파닥거리는 날갯짓을 무심한 손사래로 망쳐버리는가 하면, 귀한 소식을 바보같이 흘려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전령사로서 나비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비가 영혼을 담고 있는 것도, 소식을 전하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영혼이 무서웠던 탓이냐, 영혼이 무거웠던 탓이냐, 소식이 두려웠던 탓이냐, 나비가 무서웠던 탓이냐, 답하자면 잘 모르겠습니다.

귀담아듣지 않아 버려진 일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진작 관심 가질 걸 그랬습니다.

스콜피온스의 ‘Yellow Butterfly’로 상처받은 영혼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치유에 힘을 보태기 위해 그룹 아무밴드 출신의 포크 음악인 이장혁이 2008년 발표한 2집 [이장혁 Vol.2] 수록곡 ‘나비’를 조심히 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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